[주택금융]"집살때 `숨어있는 빚` 은행서 확인을"

  •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34분


회사원 김모씨는 9월 박모씨의 아파트를 사기로 하고 지난해 9월 계약을 했다. 박씨로부터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대의 대출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박씨가 거래하는 갑은행 A지점에서 ‘대출잔고가 8500만원’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10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뒤 A지점에 8500만원을 갚으면서 “아파트에 걸어놓은 근저당권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박씨가 우리 은행 B지점에서 같은 아파트를 담보로 9600만원을 추가로 빌린 사실이 있다”며 근저당을 풀어줄 수 없다고 버텼다. 김씨는 “갑은행이 9600만원 추가 대출사실을 처음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그러나 금감원은 “박씨의 말만 믿은 채 ‘나는 8500만원만 갚겠다’는 의사를 은행에 분명히 알리지 않은 김씨에게 책임이 있다”며 “은행은 근저당권을 풀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최근 부동산담보 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거래 때 이 같은 ‘숨어있는 빚’ 때문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14일 이를 막기 위해 부동산 거래 때 은행이 매도자의 보증채무, 신용카드대금 등 채무를 포괄적으로 확인해 주는 확인서를 발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일단 부동산 담보대출이 가장 많은 농협과 국민은행이 1월 중 확인서 발급을 시작하고 4월부터는 모든 은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감원 강성범 팀장은 “은행 대출금을 떠 안고 부동산을 살 때 ‘누가 대출금을 갚을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것을 부동산 구입자들이 소홀히 하고 있다”며 “은행측에 모든 저당채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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