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재훈/에이즈 수비망 강화하자

  • 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09분


월드컵 해인 2002년의 시작과 함께 작년에 국내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에이즈는 1981년에 미국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한 이래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총 6000만명 이상이 감염되어 20세기 후반의 가장 중요한 질병으로 등장하였다.

2001년 12월을 기준으로 볼 때 세계적으로 총 4000만명의 감염자가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500만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이를 대륙별로 보면 아프리카 340만명, 아시아가 100만명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새로운 감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300만명이 에이즈 때문에 사망해 이제 에이즈는 전 세계 사망 원인의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환자 수나 사망자 수로 볼 때 가히 전 세계가 에이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하여 여러 가지 치료제도 개발되고 예방백신도 연구 중이나 획기적인 완치제나 예방백신의 개발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에이즈의 문제는 세계 각지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가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최근 각국에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에이즈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확인된 총 감염자 수가 1500명 정도로 아직 외국에 비하여 많은 편은 아니나 작년의 경우 새로 확인된 감염자 수가 333명으로 예년에 비해 현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의 소리가 높다.

에이즈의 가장 중요한 전파 경로는 성 접촉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주된 전파 경로는 내국인 간의 성 접촉이다. 그러나 올해 월드컵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진흥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대거 입국하면 외국인과의 성 접촉으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가 급증할 수도 있다. 이들 관광객 중에는 에이즈 보균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들을 통하여 국내에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으로부터 매춘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직업 여성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이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관광객들에게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받게 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에이즈에 대한 예방법을 널리 계몽 홍보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가능성을 우려하여 관련 단체들과 함께 주로 윤락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을 위한 홍보 강화에 주력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의 예방은 정부 당국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 국민이 모두 기본적인 지식을 정확히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에이즈의 완치를 위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에이즈의 전파 경로로 볼 때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안전하고 건전한 성생활이다. 특히 직업여성과의 접촉이 있을 경우에는 콘돔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유흥업소나 윤락가에서 콘돔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각종 홍보물을 통하여 에이즈의 예방에 대한 정보를 전파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보건당국과 에이즈 관련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하여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올해 월드컵과 때맞추어 여러 가지 계몽 행사가 기획되고 있는데 이러한 행사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이즈에 관하여 잘못 알려져 있는 상식들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에이즈는 포옹, 악수, 변기를 같이 쓰는 것, 음식을 같이 먹는 것 등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엉뚱하게 에이즈 확산의 시발점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송재훈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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