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고통을 하소연하는 무역업계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출환경이 악화된 만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 환율을 손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업체의 수출환경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환율안정이 필요하며 환율을 자유방임하는 정부는 세상에 없다”는 것도 맞는 얘기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환율변동 제한폭이 사라지고 자본시장이 열려 외국인투자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지금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개입해달라는 요구를 습관적으로 내놓는 무역업계의 태도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 외환시장에는 달러가 부족해진다. 이는 원화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수출이 늘어나도록 만든다. 웬만한 무역수지 불균형은 환율 메커니즘을 통해 자연스레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만약 엔화가 지금과 반대로 강세(달러 약세)를 보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대미 수출기업은 역시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에도 무역업계는 정부에 환율개입을 보챌 것인가. 원-엔 환율의 완만한 하락세(원화의 강세)가 문제이긴 하지만 99년 비슷한 환율수준에도 무역수지는 흑자를 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에서 환율이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환율 수준’마저 버거워하는 기업은 퇴출돼야 산업의 선진화,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무역업계는 매번 당국의 보호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맞게 원가 절감 등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박래정 경제부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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