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사는 앞으로 형 전무가 출판사 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조근태 사장(60)은 자금 회계 분야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출판계와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22년째인 형 전무는 출판 기획자 이전에 문화운동가라는 수식어를 달아도 좋을 정도로 너른 행보를 보여온 출판인. 1978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숙대신보’에서 당시 구로공단 여공들 생활을 취재한 기사가 말썽을 빚어 신문사에서 쫓겨난 뒤 과대표를 맡았다가 곧바로 총학생회장에 뽑혔다. 이어 80년 서울의 봄 정국에서 전국총학생회장단 활동에 관여하다 구속돼 제적됐다.
81년 한벗출판사에 편집자로 입사, 출판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84년 학원자유화 조치로 복학해 86년 졸업한 뒤 87년 김영사를 거쳐 시드니 셀던의 ‘시간의 모래밭’부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까지 대중서 출판의 노하우를 다진 뒤 90년에 현암사로 옮겨 주간을 맡았다. 형 전무는 그동안 ‘우리꽃 백가지’를 필두로 나비 나무 민물고기 새 등 생태환경서와 짚풀 전통예인 옛이야기 옛글 음식 김치 규방 무당 한옥 등 전통생활문화를 아우르는 책들을 기획, 출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형 전무는 “출판사 편집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체 사원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짐을 지기로 했다”고 취임의 변을 대신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