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과 반(反)부패장관회의에서 부정비리 사건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 일이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공무원 사회의 부패 척결을 위해 합동점검단이 편성되고 부처별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육군총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니 국민의 눈에는 대통령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위아래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여서야 어떻게 부정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군문(軍門)에 평생을 바쳐 장군에까지 오른 사람이 한때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재판에 회부하고 씻지 못할 불명예를 안기는 일은 지나친 처사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두 사람은 경우가 다르다고 본다. 이 중 한 사람은 밝혀진 것만 1996년부터 3년여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았고, 또 한 사람도 1년여 동안 5차례나 뇌물을 받았다. ‘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고질화된 부패’의 인상이 짙은 것이다.
그렇다면 군 당국은 이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본보기로 삼았어야 했다. 문일섭(文一燮) 전 국방차관 수뢰사건 등 군 내부에서 크고 작은 부정비리 사건이 줄을 이었던 작년 상황을 되돌아볼 때 이는 더욱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 측은 어제 브리핑에서 “장군의 경우 가급적 구속하지 않고 옷을 벗기는 것으로 처벌을 대신해 온 관행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두 사람은 구속되면서 이미 명예가 실추됐고, 충분한 불이익도 받았기 때문에 육군 총장에게 기소유예를 건의했다”고 변명했다. 장군이면 웬만한 비리는 눈감아주겠다는 것인지, 군은 공무원 사회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군은 일반 조직에 비해 한층 엄격한 자기 규율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 집단이다. 국민 세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국방을 책임진 만큼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집단이기도 하다. 그런 군이 부정비리에 대해 이처럼 느슨한 인식을 갖고 있다면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범정부적인 반부패 운동의 취지를 군은 각별하게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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