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상대가 집짓는 꼴을 못본다.(웃음) 지는 걸 싫어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확한 계산이 안서면 한 수도 안둔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이건 (강감독의) 바둑 얘기이지만 바로 영화 얘기이기도 하다.”
3년반이라는 ‘장고’ 끝에 영화 ‘공공의 적’으로 ‘충무로 파워 넘버1’에서 제작 현장으로 돌아온 강감독을 만났다. 그는 아직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1993년 ‘투캅스 1편’과의 비교 평가를 가장 걱정했다.
“‘투캅스’와 똑같다거나, 그보다 퇴보했다는 말이 제일 우려됐다. 후배 감독들의 평가도 여전히 두렵고.”
‘투캅스’처럼 ‘공공의 적’도 형사를 내세웠다. 현란한 특수효과와 비주얼에 치중한 요즘 영화와 달리, ‘공공의 적’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와 캐릭터에 의존한다. 설경구가 단순무식한 강력반 형사로, 이성재가 돈 때문에 부모마저 살해하는 이 시대의 ‘공공의 적’인 엘리트 펀드매니저로 호연했다.
‘공공의 적’은 초반에 범인이 드러난다. 따라서 긴 러닝타임(2시간15분) 동안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은 감독의 능력이다. ‘공공의 적’은 긴장과 웃음이 적절히 안배돼 있는데다, ‘구악(舊惡)’형사 설경구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는 재미로 시간은 잘 흘러간다.
‘공공의 적’과 ‘투캅스’는 웃음의 색깔이 다르다. 강감독은 “‘투캅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했다면 ‘공공의 적’은 70%가 코미디지만 극장을 나설 때 뭔가 느낄 수 있는 , 어른스런 웃음이 담긴 영화”라고 했다.
‘강동서 강력반 강형사’같이 두운을 맞추거나, 강형사가 훈계조의 대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은 낡은 듯하나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18세 이상 관람가’라고 해도 욕설과 폭력이 지나치다. 살인이나 자살장면은 피 쏟아지는 장면까지 사실감 넘치게 촬영돼 끔찍하다.
최근 중견 감독들이 내놓은 영화들이 낡은 감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 그는 “그동안 젊은 감독 작품을 40편쯤 제작하면서 ‘젊은’ 감각을 유지했다”며 흥행 스코어를 전국 500만명으로 꼽을만큼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공공의 적’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 한묶음 놓여있었다. 영화에 대한 애착만큼 그는 평에도 민감해 보였다. 국내 최대 배급투자사인 시네마서비스 회장으로, 몇 년째 지키고 있는 ‘충무로 파워 넘버1’으로, 그에겐 ‘체면’부터 큰 부담이다.
특히 ‘강감독이 충무로 파워 넘버 1이지, 감독 넘버 1이냐’는 지적에 그는 “감독 넘버 1은 매년 바뀌어야 한국 영화가 발전한다”며 웃었다.
1990년 초중반 당시 대표적인 흥행감독 이었던 그는 이제 ‘충무로드림’같은 존재다. 충무로의 도제식 교육 대신 해외파 감독이 늘어나고, 충무로밖의 자본이 밀려들며 영화계에서 충무로의 위상이 이전같지 않지만 그는 충무로에서 자라고, 배우고, 성공한 ‘토착세력’이다. 이 때문에 그의 결점을 지적하는 사람조차 ‘그래도 강감독이 잘되야지….’라고 끝을 맺는다.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정치코미디다. 그는 이제 ‘투캅스’보다 ‘공공의 적’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충무로 파워 넘버1’의 프리미엄을 뺀 ‘감독’ 강우석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시간과 관객의 몫이다. 25일 개봉.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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