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2000년 발표한 PIR에 따르면 세계 주요도시 평균은 4.2, 선진국은 4.6, 개도국은 3.7인데 반해 한국은 7.9였다. 즉 선진국에서는 주택을 사기 위해 자신의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4.6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7.9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한국의 집값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통계다. 정부 당국자는 “집값이야 분양가 자율화 등으로 시장기능에 맡겨져 있는데 개입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지난해부터 급상승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와 매매가를 살펴보면 거품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을 선호하는 주택수요자들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고 다른 지역으로 파급시키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리면 분양가격을 슬금슬금 올려 이윤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부 주택건설 업체들이 있다. 심지어는 ‘떴다방’을 동원해 분위기를 과열시킨 후 분양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
고급 마감재를 쓰고 초고속통신망을 까는 등 주택을 고급화했기 때문에 분양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업체들은 항변하지만 실제로는 ‘고급화 비용’의 몇 배를 얹어 받는 일이 흔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의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 가보면 ‘요즘에는 아파트를 이렇게 멋있게 짓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까지 고급으로 하지 않으면 집값을 내릴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지만 수요자가 거품을 뺄 수는 없다. 주택시장은 ‘공급자’의 시장지배력이 강해서 업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이 만큼의 가격을 내고 사라’는 방식이 통한다. 일부 맞춤형이 등장하고 있지만 소수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 주택의 임대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적정 주택가격’을 계산해 본 결과 서울은 약 28%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주택건설 컨설팅업체인 ‘21세기 컨설팅’의 양화석사장도 “해비타트 자료로 한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약 20∼30% 가량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룡 bong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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