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씨가 샤모니쪽 콘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66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유럽 국가들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관광 수요가 늘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63년부터 친구와 함께 피레네 산맥쪽에서 콘도를 지어본 경험도 있어 주저없이 진출했다.
때 마침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샤모니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힘이 됐다. 일단 결심이 서자 그는 바로 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스키장과 가까운 산자락 쪽 산지를 사서 나무를 베고 택지를 조성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다. 스키장 건설을 위해 산악지역에서 나무들이 잇따라 베어지면서 눈사태가 속출하자 프랑스 정부가 무분별한 산지 개발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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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평지와 인접한 곳외에는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이로 인해 지로씨는 매입하려던 산자락 쪽 산지를 포기하고 샤모니 마을 쪽에 있는 야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스키장과 멀어 사업성이 떨어졌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땅 매입 과정에서도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일단 콘도를 지을 부지를 사려면 눈사태의 영향권에 있는 지 여부를 검증받아야 했기 때문. 연간 강설량과 산 경사도 등을 종합한 검토 과정이 수반됐다.
이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택지 조성을 위한 까다로운 벌채 허가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우선 나무를 베려면 산림청에 벌채 허가 신청을 해야 했다. 이 때 구체적인 벌채 수량과 대체 조림 계획을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특히 대체 조림 계획은 새로 심을 나무가 인근에 있는 다른 나무에 미치는 영향과 토양 성질까지 고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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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을 받은 산림청은 곧바로 실태 조사에 들어가 벌채 여부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는 베어지는 나무가 옆에 있는 수목을 덮치지 않도록 벌채 지점까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제한됐다.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을 통과한 지로씨는 68년 50가구 규모의 콘도를 샤모니에 건설, 성공리에 분양하게 된다. 부지 매입과 벌채에 대한 노하우를 한번 체득하게된 MGM은 이후 샤모니 뿐 아니라 프랑스쪽 알프스 지역 곳곳에서 콘도를 5000가구 가까이 건설했다.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던 MGM에게 또 다른 장벽이 나타난 것은 80년대 초. 환경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보다 더 엄격한 건축 기준이 적용됐다. 부지 선정과 건설 계획 뿐 아니라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와 건설 자재까지 공무원외에 환경단체와도 협의해야했던 것. 환경 보존에 민감한 환경단체들과 여러 문제를 논의해야하다보니 제한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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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건물을 짓고 남은 목재는 반드시 땔감이나 가구용으로 재활용하고 콘크리트나 타일 등 나머지 자재는 지정된 폐기장에 버릴 수 있도록 건설 초기 단계부터 자재 소요량과 폐기물 발생량을 검토해야 했다.발생된 폐기물은 바로 추가 비용을 의미했다. 또 사용 자재의 색깔이나 재질도 원목 색깔같은 은은한 컬러나 문양으로 제한됐다. 알프스 산악 지역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도에서였다.
베로니크 듀바르 MGM 판매 담당 매니저는 “몽블랑이 있는 샤모니쪽에 콘도 수요가 연간 1000가구 이상이지만 각종 제한 때문에 500가구밖에 짓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아쉬운 측면도 많지만 알프스를 다음 세대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샤모니(프랑스)〓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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