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열기를 뿜어내고있는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은 남자 우승상금이 여자보다 많은 프랑스오픈, 윔블던과 달리 남녀가 모두 100만달러로 똑같다. 하지만 일부 여자선수들은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우먼파워를 등에 업고 오히려 남자보다 올려 달라고 주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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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사된 미국 내 여자스포츠의 1년 평균 TV시청률에 따르면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는 피겨스케이팅(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1%였다. 2000년 US오픈에서 여자단식 결승은 5.8%로 남자단식(4.2%) 보다 높았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US오픈은 처음으로 여자단식 결승을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저녁으로 옮겨 치렀는데 시청률은 역대 최고인 6.8%에다 2270만명이나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여자단식에는 ‘구름 관중’이 몰린 반면 남자 경기에는 ‘찬바람’이 불 때가 많았다.
여자테니스가 이처럼 붐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볼거리가 다양하다는 분석이다. 속전속결의 서브와 발리 위주의 남자 테니스와 달리 아기자기한 랠리가 땀을 쥐게 하는가 하면 남성 못지 않은 파워 플레이를 구사하기도 해 경기 내용이 다채롭다는 것.
대회 때마다 주인공이 바뀔 만큼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는 대목도 흥행요소. 마르티나 힝기스(22·스위스)의 독주가 이어지는 듯 했으나 ‘흑진주’ 윌리엄스 자매가 급부상했고 지난해에는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가 재기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쥐스틴 에넹(20), 킴 클리스터스(19·이상 벨기에), 엘레나 도키치(19·유고) 등 신예들이 정상권으로 떠올라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게다가 뛰어난 외모를 지닌 ‘섹시 스타’들이 여자 테니스 인기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운동선수’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거명된 여자 후보 32명 가운데 테니스는 단일 종목으로 최다인 7명이나 된다.
▼남녀 테니스 세계랭킹18일 현재▼
남자 | 순위 | 여자 |
휴위트(호주) | 1 | 캐프리아티(미국) |
쿠에르텐(브라질) | 2 | 데이븐포트(미국) |
아가시(미국) | 3 |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
카펠니코프(러시아) | 4 | 힝기스(스위스) |
페레로(스페인) | 5 | 클리스터스(벨기에) |
라프터(호주) | 6 |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
그로장(프랑스) | 7 | 도키치(유고) |
헨만(영국) | 8 | 에냉(벨기에) |
하스(독일) | 9 | 모레스모(프랑스) |
샘프러스(미국) | 10 | 셀레스(미국) |
‘여인천하 코트’의 주인공으로는 단연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가 꼽힌다. 95년 프로에 데뷔한 쿠르니코바는 단 한차례도 투어대회 단식 우승을 해 본적이 없으나 금발의 육감적인 몸매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모델과 마케팅 활동으로 운동이 오히려 부업이라할 정도. 지난해 대회 출전으로 챙긴 상금은 30만5409달러에 불과했으나 스폰서 계약과 모델료 등으로 1500만달러를 웃도는 수입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1m75, 60㎏의 모델급 체구인 도키치와 스토커까지 달라붙었던 힝기스, 중년 팬의 우상인 아만다 코에체(31) 등도 확실한 흥행 카드.
이런 열기에 힘입어 여자테니스 스타들은 돈방석에 앉고 있다. 특히 윌리엄스 자매의 언니 비너스는 각종 업체와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스폰서 계약을 했으며 자기 이름을 딴 음료까지 나올 정도.
상대적으로 주춤거리는 남자테니스는 앤디 로딕(미국), 레이튼 휴위트(호주) 등 뉴 페이스를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스커트 바람’을 저지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