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LG “아 옛날이여”

  • 입력 2002년 1월 18일 17시 40분


‘아, 옛날이여.’

경기 용인 프로농구 삼성숙소 김동광 감독 방에는 대형 사진이 하나 걸려 있다. 지난 시즌 삼성이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한데 엉켜 기뻐하는 장면. 요즘 김 감독은 그 액자를 볼 때마다 언제였나 싶고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정상을 달렸던 팀이 올 시즌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과 싸워 준우승에 그친 LG 김태환 감독도 김동광 감독과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LG 역시 연패를 거듭하며 성적이 곤두박질친 것.

지난해 ‘양김 시대’를 열었던 두 감독은 요즘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될 처량한 신세다. 삼성은 6연패에 빠져 있고 LG는 4연패를 기록해 양팀이 똑같이 15승18패로 공동 6위에 처져 있다.

삼성의 추락은 ‘예고된 참사’였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시즌 우승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정작 훈련량이 부족해 주전들의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탓. 이 바람에 맥클래리와 호프가 시즌 중반에 드러누웠고 어렵사리 일시 대체 용병으로 영입한 제런 콥과 이산 스캇은 수준 이하였다.

LG 역시 용병이 문제로 지적된다. 트레이드로 받아들인 매덕스와 보이드가 LG의 빠른 팀컬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용병은 둘째치고 국내선수마저 자신감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계속 지다 보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려 오히려 결과가 나빴다는 것. 삼성은 우지원이 홀로 버티는 가운데 주희정 이규섭이 슬럼프에 빠져 있고 LG는 주득점원 조성원이 흔들리고 있다.

똑같이 21게임을 남겨 두고 있는 양팀은 6강 진출의 안정권으로 승률 5할을 보고 있어 앞으로 6할 이상의 승률로 13승 정도를 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삼성 김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전에 치르는 4경기에서 최소한 1승을 거둔 뒤 맥클래리와 호프가 뛰게 될 남은 17게임에서 사활을 걸겠다”고 말했다.

순위 다툼이 심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LG 김 감독 역시 “전술보다도 선수들이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매 경기 결승이라는 생각으로 뛸 수밖에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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