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서 이슬람 문화권은 다른 두 문화의 가치기준과 색안경에 가려 오해와 편견으로 뒤덮인 이질적이고 미개한 문화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문화권 안에 펼쳐져 있는 아름답고 찬란한 고품격 인류문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간된 ‘신비의 이집트’와 ‘이스탄불 기행’ 두 권의 책은 이집트의 아랍적 이슬람문명과 불가사의한 고대 문명, 그리고 터키 이스탄불의 유럽적 이슬람문명과 화려했던 기독교문명의 유산을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화보와 생동감 넘치는 사실묘사로 소개하고 있다.
‘신비의 이집트’는 미소가 넘치는 순박한 이집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집트로 안내한다. 거대하고 웅장한 고대 문명의 유적들, 죽은 후에도 절대권력과 부를 누릴 것이라고 믿었던 파라오의 영광과 영생의 비밀, 전 세계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피라미드의 신비, 아프리카 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우간다와 이디오피아에서 발원한 청나일강과 백나일강이 수단에서 합쳐져 이집트의 젓줄이 되고 있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카이로의 이모저모, 금식과 금욕의 라마단 달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종교적 사랑의 축제마당, 인간 본능에서 솟구치는 흥겨운 음악과 배꼽춤이 어우러진 열정의 축제 등 이집트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이스탄불 기행’은 한 때 지구촌에서 초강대국 비잔탄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이 한 무슬림 정복자에 의해 점령된 후 그 수도 이름이 ‘이슬람의 본산’이란 의미의 ‘이스탄불’로 개명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화려했던 기독교 문명의 토양을 흡수하면서 이슬람의 정신문화가 꽃 피는 새로운 시대를 서두로, 532년 쥬스티니언 대왕이 건립한 성소피아 성당이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면서 전 유럽에 걸친 기독교인들의 분노를 유발시켰던 사건의 생생한 역사를 전한다. 1200년 동안의 기독교 문명과 500년 동안의 이슬람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현재의 성소피아 박물관, 오스만 터키 제국의 술탄들이 피정복지 곳곳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진기한 보물들과 여인들이 단 한차례만 보아도 잠을 이룰 수 없는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는 톱카프 궁전, 골든 혼 해협을 바라다보고 있는 장엄한 술레이만 모스크, 아늑한 푸른 빛 궁전의 불루 모스크, 그곳으로부터 골목골목 이어져 있으면서 독특한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 이슬람의 혼을 유럽의 옷으로 감싸고 있는 이스탄불의 전경이 담겨있다.
두 권의 책은 인류의 찬란한 문명을 시각적인 다양한 화보와 함께 다각적이고 폭넓게 다루고 있어 미사려구가 필요없는 훌륭한 학술서인 동시에 수준 높은 여행기로써 이집트와 터키를 자주 드나 들었던 필자로서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최 영 길(명지대 아랍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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