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위용/특검청 신설 ‘입다문 총장’

  • 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12분


이명재(李明載) 신임 검찰총장은 18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공식 대면했다.

이 총장은 대검청사 별관 기자실로 찾아와 “이제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취임사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검찰의 위상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을 입었다”고 밝힌 대로 검찰에 대한 그의 인식은 한결같았다.

지난해 진행된 각종 게이트 수사에서 축소 부실 수사라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던 이전의 검찰 수뇌부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이 총장은 특별검사제에 대해서도 “검찰의 입장에서는 특검이 좋지 않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다”며 듣기에 따라 다소 파격적인 말까지 했다.

지난해 검찰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 도중에 특검제 논란이 일자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연한 사고와 냉정한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뒤 법무부가 신설을 서두르는 특별수사검찰청에 대해서는 답변을 머뭇거렸다.

검찰총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는 특별수사검찰청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자 이 총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으니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특별수사검찰청 도입을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도 있다는 점을 이 총장이 모를 리 없다. 이 대목에서 “여당과 야당이 모두 동의하는 총장이 취임했다고 종전의 검찰이 쉽게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할 수도 있다”는 검찰 간부의 말이 떠올랐다.

이 총장은 취임사는 물론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단단히 마음먹고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홀로서기’ 성공 여부는 그의 말대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돼야 할 일이다.

정위용 사회1부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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