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작년 6월 이후 적발된 주가조작 등 증권사범은 약 90건, 17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주가조작은 이보다 훨씬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작전 없이는 주식투자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선량한 투자자들은 증시에 발붙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 정부는 주가가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를 반영한다고 보고 ‘주가 띄우기’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어 왔다. 불법적인 주가조작의 만연은 바로 정부의 이런 정책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부터 터져 나온 각종 ‘비리 게이트’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불법 주가조작이 있었고 일부는 금융감독기관의 직원도 연루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단속하지 않고 모른 척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만약 금융감독 당국이 철저히 적발했더라면 나라를 뒤흔든 비리 게이트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감독기관의 임무는 투자자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그 중에서도 투자자와 소비자 보호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책무이다. 그런데도 은행과 증권회사 직원들의 고객예금 횡령, 허위매수 주문, 통정 매매 등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으니 당국은 애시당초 건전시장 육성보다는 주가 띄우기에 관심이 더 있었던 게 아닌가.
현 정부는 금융감독 기능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정권 초기인 98년 4개의 금융감독기관을 금융감독원 한곳으로 통폐합했으나 주가조작과 횡령 등 금융비리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감독기관이 통합되면 은행 증권 보험 분야를 종합적으로 감독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권한이 한곳으로 집중되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치 않게 됐다. 감독기관 직원만 눈감아주면 주가조작 사건을 달리 적발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주가를 올리려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등 무리한 수단을 동원했지만 주가상승에 한계가 보이는 것도 바로 주가조작이 횡행하고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나서 증시를 살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금융감독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감독기관부터 대폭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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