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동시에 매화이야기 펴낸 이상희-안형재씨

  • 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40분


'매화'를 주제로 책을 낸 안재형씨(왼쪽)와 전 내무부장관 이상희씨
'매화'를 주제로 책을 낸 안재형씨(왼쪽)와
전 내무부장관 이상희씨
두 사람은 초면인데도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한 사람은 고위공직을 두루 거친 정년퇴임 공무원이고 한 사람은 나무를 가꾸고 키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두사람을 이어준 끈은 ‘매화’. 이번에 동시에 ‘매화’(이상희·넥서스BOOKS)’, ‘한국의 매화’(안형재·북랜드)라는 책을 냈다. 만나서 반갑다는 말로 악수를 한 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펼쳐놓는 매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안〓분재협회 회장하던 이철호 회장한테 이선생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아, 돌아가신 이 회장이요. 안타까운 분이 너무 일찍 갔지요. 안동 임하댐 만들때 900년 된 은행나무 옮기던 일이 어제일 같은데….

▽안〓수자원공사 사장시절이시죠?

▽이〓댐 하나 세우려면 보상비 민원 해결이 가장 큰 일이죠. 그런데 그 때는 댐 세울 곳에 900년된 은행나무가 있었어요. 다 죽어가는 나무인데다 옮겨 심으려면 15억원가량 들어간다고 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직접 찾아 갔지요. 나무가 아까운데 돈이 많이 든다고 했더니 선뜻 ‘해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안〓그 일이 선례가 돼서 이후 5대 신도시 만들 때도 대형 수목들이 그대로 보존됐습니다. 정말 큰 일 하신 겁니다. 원래 그렇게 나무하고 인연이 있으셨는지요.

▽이〓경북 성주 가야산이 제 고향입니다. 저희 어릴 때는 무슨 장난감이 있었나요? 시간만 나면 산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어요. 나무의 생태를 몸으로 체득했다고나 할까요. 산딸기는 언제 나고 각종 산나물은 어디쯤 나고 죽 꿰었지요. 지금도 나는 초봄이나 가을쯤 산에 가면 아 저건 소나무다 잣나무다 참나무다하는 것을 색깔만 보고도 압니다.

▽안〓저희 자랄 때야 주변 환경이 다 놀잇감이었지요. 동백나무 꺾어 키우고 이웃집 장독대에 핀 국화꽃 꺾어다 마당에 심고. 그동안 우리가 먹고 사는데 바빠서 정서적 문화적으로 많이 여유가 없어졌잖아요. 선생님처럼 공직을 두루 거치신 분들이 그렇게 나무하고도 깊은 인연을 맺으셨으니 참 다행입니다.

△이〓제 이력서가 화려하달수도 있지요. 한번도 하기 어려운 장관을 두 번씩이나 했으니까요. 본래 꿈은 고향선생님이었는데 잘못 풀렸지요.(웃음) 그런데 실제로 공직생활 하면서 나무와 관련된 일이 자꾸 주어졌습니다. 경남 진주는 임진왜란 당시 6만 민관군이 죽은 곳이었습니다. 역사의 현장인 그곳이 판잣집들로 빼곡해서 헐어내고 성지 조성하는 일을 맡았는데 자연스럽게 조경일에 개입했지요. 충절을 상징하는 나무로 조경을 하자고 해서 그때 나무 연구 많이 했습니다. 대구시장 하면서는 대구 사람들을 좀 부드럽게 하는데 나무를 이용한 적이 있어요. 대구는 더울 땐 너무 덥고 추울 땐 너무 추워서 사람 기질까지 억세게 만듭니다. 봄과 가을을 길게 만들면 어떨까해서 봄에 다른 것보다 일찍 피는 꽃을 심고 겨울에 푸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상록수를 많이 심었습니다. 분당 일산에 중앙공원 호수공원 조성도 관여했는데 수종까지 감독 못 하고 나온 것이 아쉬웠습니다.

▽안〓어떻게 매화를 좋아하게 되셨어요?

▽이〓공직 나온 지 10년 넘었습니다. 제가 워낙 책을 좋아해서 집사람하고 싸움하는 이유의 90%가 책 때문입니다. (웃음) 한 6만권 돼요. 식물과 관련된 책도 많은데 이것저것 뒤적이다보니 우리 선비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바로 매화였어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꽃이 화려하다고 해서 정을 주진 않았어요. 꽃이 인간에게 어떤 도덕적인 교훈, 상징성을 줘야 가까이 두고 사랑할 만 하다 했습니다. 군자들이 매화를 좋아한 것도 절개나 절의를 상징하기 때문이었거든요. 매화는 인내 고결 절개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꽃입니다. 흰매화를 보면 얼마나 청초합니까. 은은한 향에 참 고결하다는 느낌이 와요. 한참 들여다 보면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을 정도니까요. 내 안의 욕심이 다 녹아 내립니다. 조상들이 매화를 ‘세외가인’(世外佳人), 세상 밖에 있는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노래했잖아요.

▽안〓저는 실제 많은 나무들을 가꾸고 길러보니 정말 매화만큼 매료시키는게 없더라구요. 매화나무 가지는 손으로 휘려 해도 구부러지지 않고 꺾여 버립니다. 향도 참 좋지요. 꽃피는 때도 고고하게 홀로 먼저 핍니다. 수명도 오래 가구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매화 나무가 700년생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600년생이 있지요. 생육이나 관리 환경에 따라 1000년 이상 갈 수 도 있습니다.

▽이〓이번에 책 내면서 보니 우리 식물연구가 참 할 일이 많더라구요. 공부하시는 분들이 육종같은데 파고 들어서 훌륭한 통계부터 먼저 만들어 내야할 것 같아요. 매화도 마찬가지고.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는데. 막연히 외래종이라는 말만 있을 뿐 그 외래종이 언제 어떻게 도입이 됐는지 기초 자료가 너무 없어요. 도대체 품종이 몇 종류인지 이름도 없는게 많아요. 안 선생님 책에는 한국의 매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있더라구요.

▽안〓아이고, 감사합니다. 주로 닿는대로 모아놓은 자료들입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매화에 관한 폭 넓은 자료와 사진을 참 많이 담으셨더라구요. 참 대단한 열정이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과찬이십니다. 한 1년반 걸렸는데….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매화를 함께 사랑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안〓저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 저자 소개

'매화 ' 이 상 희

고려대 법대와 경북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진주시장 산림청장 대구직할시장 경상북도지사 내무부장관 건설부장관 한국수자원공사사장 한국토지공사사장 등을 지냈다. ‘지방세 개론’ ‘지방재정론’ ‘파신의 눈물’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2,3’ ‘우리꽃문화 답사기’ 등의 저서가 있다.

' 한국의 매화 '안 형 재

연세대 농업개발원과 연세대 교육대학원 중앙대 산업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한국분재협회 부회장이며 세계매화품종등록위원회 한국대표, 한국매화연구원장이다. ‘한 중 매화 문화교류와 현황’ ‘한국의 매화’ ‘내가슴에 매화 한그루 심어놓고’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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