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남성이 최근 진료실을 찾았다. 이마의 심한 주름살을 제외하고는 건강하고 잘 생긴 청년이었다. 주름살 제거술을 받으면 인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의 대답이 조금 엉뚱했다.
“이 주름은 제 여자 친구가 아주 좋아하거든요. 멋있어 보인대요.”
대신 그는 불그스레한 볼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깊게 파인 주름살을 ‘훈장’처럼 간직한 채 안면홍조 치료를 받았다. 여자 친구를 바꾸기 전에는 주름을 펴는 주사를 맞을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피부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던 10년전만 해도 남성이 미용을 목적으로 피부관리를 받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화장품도 스킨이나 로션이 전부였고 향수를 쓰는 남자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피부과 의원은 남성들로 북적거린다.
남성이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풍요로운 삶이 외모에 대한 기준을 바꿔놓았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다. 여기에 미용피부과학의 발전이 계속되고 주변에 ‘멋진 남자’들이 많아지면서 뒤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도 작용하는 듯 하다. 이제 남성들은 여성처럼 ‘맑고 밝고 깨끗한’ 피부를 이야기한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을 앞둔 남성들이 피부과를 많이 찾는다. 어떤 여드름 환자는 “내가 채용 담당자라면 나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남성 환자도 여성못지 않게 미용치료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일부는 여드름 치료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여드름 흉터를 없애고 이마를 넓히고 보기 흉한 털을 뽑아낸다. 심지어 피부 색깔이 좋지 않은데 바꿀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5년 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직 가능성이 없지만 의술도 계속 발전하므로 수년 후에 다시 물어 보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쉬운 치료는 아니지만 한번 시도해 봅시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피부미용과학은 ‘남자 환자들의 입맛에 맞춰, 남자 환자들을 위해’ 더욱 발전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운철 종로 S&U 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