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당국은 일단 미국 정보기관을 의심하고 있다. 도청장치가 매우 정교한 데다 위성통신을 통해 조종되는 등 최첨단 제품인 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 정보기관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물증을 갖고 있지 못하다. 도청장치의 설치 주체나 설치 경위 등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안당국은 전용기의 제작 및 내부 개조, 인도에 이르는 전 과정을 4개월째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내부 개조 때 설치 가능성〓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중국이 장 주석의 전용기(보잉 767-300ER)를 구입한 것은 지난해 6월. 보잉사는 시애틀 본사 공장에서 동체를 조립한 뒤 중국 측에 넘겼다.
그러나 중국은 비행기를 곧바로 자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처럼 내부를 개조하기 위해 미국의 샌안토니오 국제공항으로 옮겼다. 전용기 내부 개조는 고어 디자인사와 디 하워드 비행기 정비사, 록웰 콜린스, 아비트라 항공서비스사 등 4개사가 맡았다.
1년2개월간의 내부개조를 통해 중국 측이 전용기를 최종 인도 받은 시점은 지난해 8월 10일. 따라서 외부기관에 의해 도청장치가 설치됐다면 내부 수리 중이었던 기간일 수밖에 없다. 보잉사가 전용기를 중국에 인도할 당시 비행기 안은 도청장치가 발견된 침대와 샤워실 등 내부 집기는 하나도 없는 텅 빈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부 협력자 있었다”〓그러나 내부 개조를 담당한 회사들은 모두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내부 장식을 담당한 고어 디자인사의 로버트 산체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중국 당국은 내부 개조작업이 끝난 뒤 매우 만족해했으며 작업 관련자들을 중국에 초청해 만리장성 등을 구경시켜줬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중국군은 보잉사가 동체를 인도한 2000년 6월부터 전용기를 중국으로 가져온 다음해 8월까지 격납고는 물론 내부개조 작업과정 전체를 24시간 직접 감시했다. 설령 내부 개조과정에서 도청장치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경비를 담당한 중국군의 협조나 감시소홀 없이는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 보안당국은 전용기를 주문한 공군 산하 중국연합항공(CUA)과 전용기 수입을 담당한 중국항공물품수출입공사(CASC) 관계자 등 22명을 검거해 근무 태만 및 연루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내부 개조비용이 1000만달러에 불과한데도 중국 측에서 3000만달러를 지불한 사실을 밝혀내고 횡령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