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신입사원들은 신제품 개발중?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01분


제일제당 신입사원 김태훈씨(28)는 요즘 밤늦도록 술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아침에는 약국에서 숙취해소 음료인 ‘컨디션’을 찾기 일쑤다. 출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아예 약국에 자리잡고 앉아 손님이나 약사에게 컨디션이 껌으로 나오면 좋지 않겠냐는 둥, 술도 깨고 밥도 되는 과자 형태면 잘 팔리겠느냐는 둥 농담도 건넨다.

김씨는 현재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술집에 가는 것은 ‘땡땡이’가 아니라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장조사다.

제일제당은 2000년부터 3년째 대졸 신입사원 연수기간 8주 중 6주를 ‘실무 체험 학습’으로 진행하고 있다. 76명의 신입사원이 15개 팀으로 나뉘어 직접 제품을 기획, 생산하고 판매 및 마케팅 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팀마다 1명씩 선배가 있지만 공장이나 연구소를 방문할 때 약속을 잡아주는 정도.

‘기능성 차 개발’을 연구과제로 정한 팀은 거의 커피숍으로 출근한다. ‘떡을 활용한 직장인의 아침식사 해결’을 연구하는 팀은 낙원동 떡상가가 주무대다. 김씨가 속한 팀은 숙취해소 음료를 껌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드는 ‘컨디션 다각화’를 연구한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책자로 만들어져 내년 신입사원에게 참고자료로 전해진다.

회사측은 공장 일부를 가동해 시제품을 만들도록 하고 상품성 있는 것은 실제 제품에 반영한다. 외식업체 스카이락의 ‘사계절 피자’, 애견사료를 하루 단위 양만큼 정량화해 강아지의 비만을 막을 수 있는 ‘제로니모’ 등도 지난해 신입사원들의 ‘작품’이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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