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여행업계 “월드컵손님 이탈막아라”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08분


국내 여행업계가 월드컵 때 국내에 들어왔다가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사라지는 이탈자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월드컵 특수’ 때문에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지만 관광객으로 입국한 뒤 이탈하는 외국인이 많을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이에 따른 정부의 제재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 여행사들은 월드컵 기간에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할 가능성이 가장 큰 중국 교포 조선족 관광객은 아예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놓고 있을 정도다.

상당수 업체들은 관광 안내원을 늘려 관광객을 밀착 감시하거나 심지어 숙소 주변에 ‘불침번’까지 세우기로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S여행사는 월드컵 기간을 전후해 조선족 관광객은 일절 받지 않기로 하고 이를 최근 중국 현지의 거래 여행사에 통보했다.

S여행사 관계자는 “한족에 비해 불법체류 가능성이 훨씬 높은 조선족 관광객을 무작정 받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장사도 좋지만 아예 모험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A여행사는 월드컵 기간에 여행객 한 팀(20명 기준)당 가이드를 통상 1명에서 2, 3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여행 기간 중 관광객의 여권과 항공권을 가이드가 철저히 보관하도록 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이탈 가능성이 큰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항상 동행하며 특별 관리하도록 가이드들에게 당부했다”고 귀띔했다.

강남의 C여행사는 ‘암행 감찰반’까지 편성했다. 가이드를 포함한 전 직원이 매일 여행 일정이 끝나면 수시로 숙소를 찾아가 인원을 점검하도록 한 것.

일부 여행사는 전화를 이용한 ‘원거리 관리’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M여행사는 월드컵 대회 기간에 전담 직원을 배치해 밤늦게까지 관광객들의 숙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예정이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실효성이 낮지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찾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의 C여행사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직원과 함께 교대로 관광객 숙소 주변에 이탈자를 감시하기 위한 불침번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업계가 중국 관광객의 이탈 방지를 위한 비상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제재조치를 의식한 것.

정부는 중국 관광객 가운데 이탈자가 발생하면 해당 여행사가 1명당 50만원의 위약금을 여행협회에 물도록 하고 있다. 관광객의 이탈이 잦아지면 최악의 경우 정부의 중국단체관광객 전담여행사 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정부는 전담여행사에 대해 6개월간의 이탈률이 4% 이상일 경우 1차 경고, 이후 3개월간의 이탈률이 3% 이상이면 2차 경고를 하고 이후에도 이탈자가 발생하면 자격을 취소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T여행사 관계자는 “자칫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감시당한다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월드컵 특수라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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