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착시(錯視)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국회의원보궐선거가 기다리고 있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너도나도 경쟁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있다. 대권예비후보들은 잇달아 당내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고, 시도지사나 시장군수를 노리는 사람들도 저마다 의욕적으로 출마의 변을 털어놓고 있다. 이들은 지금 어떤 표계산을 하고 있을까. 혈연 지연 학연은 기본이고 자신의 경력 소신 비전 등이 그대로 표로 연결될 것으로 믿고싶을 것이다.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도 많다. 한 정당총재의 대권출마선언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읽힌다. 최고위원을 지낸 민주당의 중진 중에는 주위의 눈길을 의식해 출마의사를 밝히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 같다. 한 의원보좌관의 얘기가 재미있다. “너도나도 뭔가 해야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있기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뭔가 하겠다고 나서야 관심도 끌고 지역구에 체면도 설 것 아니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잣돈도 생길 것이고….” 이러다 보니 민주당 안에는 ‘전 당원의 후보화’니 ‘이곳저곳 줄서기로 당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 중에는 당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고 정말로 당선돼서는 안될 사람도 보인다. 당선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목표처럼 보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출사표’는 원래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이 위(魏)나라 토벌을 위한 출진 때 황제에게 바친 글이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제갈량의 진정(眞情)을 토로한 동서고금의 명문으로 알려져 있다. 제갈량의 진정을 느낄 수 있는 후보들을 보고 싶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