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개 80마리 혼자 기르는 대구동구 조필옥할머니

  • 입력 2002년 1월 21일 20시 53분


“개들이 가족 같아요.”

19일 오전 대구시 동구 도동 조필옥 할머니(78)의 집. 크고 작은 개 80마리가 시끄럽게 짓고 있는 가운데 앞치마를 두른 여중생들이 부지런히 개 배설물을 치우고 개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들은 방학을 맞아 토요일마다 선생님과 함께 개를 돌보러 오는 대구여중 학생들.

할머니는 이 곳에서 10년 전부터 오갈데 없는 개들을 모아 혼자 기르고 있다. 처음엔 5, 6마리였던 것이 어느새 80마리로 늘었다. 이사 가는 이웃이 맡기고 떠돌아 다니던 개를 곁에 두다보니 이렇게 늘었다고 한다.

정이 들어 팔거나 다시 버릴 수는 없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 삼돌이 노루 메리 삼월이 복실이 사롱이 보살 아롱이 백곰 달마…. 할머니는 개 80마리에 모두 이름을 지어주었다.

학생들이 이 곳을 찾게된 것은 학교에 동물사랑반 동아리를 만든 대구여중 박성실(朴聖實·31) 교사 때문. 영어를 가르치는 박 교사는 몇 년 전 기르던 고양이가 아파 동물병원을 찾은 일이 계기가 돼 동물사랑에 눈떴다고 한다.

그는 “동물보호는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같은 문제와 비슷한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학생들이 살아 움직이는 동물에 책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해 말 용돈을 아끼고 교내 모금을 해 39만원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개집 30채를 구입해 할머니께 선물했다.

수의사가 꿈이라는 이아름양(15·2년)은 “우리를 보면 반갑게 짓는 개를 보니 친구같다”며 “여기를 찾고난 뒤부터는 동물들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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