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모나의 한 고교구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연습경기. 중앙수비수로 나선 송종국이 좌우 수비수 유상철 김태영과 함께 이동국 김도훈 안효연 현영민 등 4명의 골게터를 앞세운 상대팀의 파상공세를 철벽처럼 막아내고 있었다.
상대팀의 순간 실수는 곧바로 송종국의 발빠른 역습으로 이어졌고 이내 볼은 고무줄처럼 날아가 상대 크로스바 안쪽을 맞고 떨어졌다.
“굿”.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환한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웠다. 송종국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서 이틀 전 미국전 패배의 잔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드필더, 수비, 오른쪽 날개, 심지어 플레이메이커까지 척척 소화해내는 송종국이 있지 않은가.” 히딩크 감독은 훈련이 끝난 후 쿠바전을 앞두고 부상 병동이 된 대표팀 라인업과 관련해 송종국이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사실 24일 쿠바전을 앞두고 초비상이다. 수비라인은 이민성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엔트리에서 빠진 데 이어 최진철마저 레드카드를 받아 이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고 미드필더도 경미하긴 하지만 김남일 이을용 박지성이 각각 허벅지와 사타구니, 발목을 다쳤다. 공격라인도 황선홍의 회복이 불투명한 데다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했던 이천수는 미국전에서 제 역할을 못하다 후반 중반부터는 아예 원래 포지션인 사이드로 빠져 버리기까지 했다.
히딩크 감독이 송종국을 ‘대표팀 만병통치약’으로 칭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송종국의 순간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상대의 발빠른 역습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데다 공격 전형시 순식간에 최전방으로 치고 들어가 어떤 역할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
미국 TV 해설자가 ‘레이저 샷’으로 묘사한 송종국의 슈팅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황선홍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 한편 이에 놀란 상대 수비진을 페널티지역 바깥으로 끌어내 최전방에 침투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날 미국에 0-1로 진 쿠바는 최전방 공격수 알베르토 델가도(아바나)의 개인기와 돌파력이 만만치 않지만 미드필더, 수비 조직력은 엉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수 양면에서 송종국의 활동 반경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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