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윤종/문화월드컵 큰소리치더니…

  • 입력 2002년 1월 22일 18시 38분


‘월드컵은 있으나 월드컵 문화행사는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월드컵 공식 문화행사에 관한 엄격한 제한 규정을 월드컵조직위원회에 통보해 왔다. 수익성 공연은 할 수 없고, 수입이 예상될 경우 FIFA와 협의해야 하며, 18개 공식 협찬사 이외의 협찬을 받을 수 없고, 주최자도 FIFA로만 명기해야 한다. 규정을 어길 경우 월드컵 로고는 물론 FIFA가 배타적 독점권을 갖고 있는 ‘월드컵’이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FIFA 규정대로는 사실상 공연을 할 수 없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식행사’ 승인을 받은 공연은 2월20일 국립합창단의 월드컵축하음악회뿐이다. 공연을 통해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원하려던 나머지 공연단체와 기획사들은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월드컵조직위 측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월드컵 공식행사 지정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며 “몇 년 동안 교섭한 결과가 이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994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로고가 들어간 ‘공식 공연’은 스리 테너 콘서트 1개뿐이었다. 따라서 공식행사를 많이 얻어내지 못한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월드컵조직위가 FIFA의 방침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월드컵 기념공연을 추진해온 수많은 공연단체들은 월드컵을 4개월여 남겨 놓고 나서야 이름을 바꾸는 등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화부는 FIFA의 방침이 전해지자 18일 서둘러 14개 공연단체 실무자들을 소집해 ‘월드컵’이란 말 대신 ‘신바람 다이내믹’ 등의 문안을 사용하면 어떻겠느냐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런 사실을 ‘대외비’로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21일에는 남궁진 장관이 직접 나서 기존에 추진돼온 공연들을 묶어 ‘월드컵 문화축제 행사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누구도 ‘신바람’이 날 것 같지 않다.

유윤종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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