懷-품을 회 橘-귤 귤 凶-흉할 흉 哺-먹일 포 盤-쟁반 반 枾-감 시
까마귀를 凶鳥(흉조)라 하여 싫어하지만 알고 보면 보기 드문 孝鳥(효조)로서 ‘反哺’(반포)라는 말도 까마귀에서 유래되었다. 새끼가 커서 어미를 되 먹여 살린다는 데서 나온 말로 자식이 至誠으로 父母의 恩惠(은혜)를 갚는다는 것을 뜻한다.
보잘것없는 새가 이럴 진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으로 해서 孝를 五倫(오륜)의 으뜸이자 百行(백행)의 근본으로 여겨 이에 관한 아름다운 說話(설화)도 많다. 父母의 藥으로 쓰기 위해 자신의 허벅다리 살을 자른 向德(향덕)과 聖覺(성각)이 있으며 스스로 몸종이 되어 부모를 奉養(봉양)코자 했던 知恩(지은)의 미담이 있다. 또 父母를 위해 자식을 땅에 묻으려 했던 孫順(손순)이나 몸을 팔아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沈淸(심청)의 고사는 다 아는 이야기다.
東漢 말엽의 이야기다. 陸績(육적)이란 사람이 있었다. 워낙 孝心으로 유명하여 소위 ‘二十四孝’(중국의 대표적 효자 24명)에 끼였다. 그가 6세 때였다. 九江에 살고 있는 袁術(원술)을 찾게 되었다. 袁術은 뜻하지 않은 이 어린 손님을 위해 특별히 귤을 쟁반에 담아 내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陸績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시늉만 내는 것이 아닌가. 잠시 袁術이 자리를 비운 사이 陸績은 얼른 귤을 집어 소매 속에 감추었다. 나중에 갈 때가 되어 고별인사를 올리는데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陸績의 소매에서 그만 귤이 떼구르르 굴러 나오는 것이 아닌가. 陸績은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袁術은 짐짓 모르는 체 까닭을 물었다.
“먹으라고 내 놓은 귤은 먹지도 않고 왜 소매 속에 넣었지?”
“예,집에 계시는 어머니께 드리려고요.”
“참으로 대견하구나. 어버이를 위하는 孝誠(효성)이 이토록 깊은 어린이는 처음 보았다.” 袁術은 나머지 귤을 몇 개 더 집어 주었다. 이 때부터 ‘懷橘’(귤을 품음)이라면 ‘孝誠이 매우 지극함‘을 뜻하게 되었다.
비슷한 故事가 우리에게도 있다. 조선 중기의 문인 朴仁老(박인로·1561∼1642) 역시 孝誠이 지극했다. 친구 李德馨(이덕형·1561∼1613)의 집을 갔다가 홍시대접을 받고는 돌아가신 어버이를 생각하며 시조 한 수를 지었다.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아도 보이ㅱ다/ 柚子(유자) 아니라도 품음즉도 하다마ㅱ/품어가도 반길 이 없으니 글로 설워하노라.’ 유명한 早紅枾歌(조홍시가)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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