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장관은 또 “금강산 관광사업은 경제사업으로 시작됐으나 이젠 정치사업, 평화사업으로 변한 게 사실이며 따라서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결국 평화비용을 투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제껏 내세워 온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포기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평화사업’이라는 논리도 우리 사회 일각의 이상론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남북관계의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내세울 논리는 아니다. 단적으로 정부는 평화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민간사업자가 애당초 무리한 계약내용 때문에 갚지 못한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관광대가를 북쪽에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 아닌가.
어제 정부가 발표한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대책은 이 사업이 사실상 ‘정부 주관’으로 넘어갔음을 말해 준다. 그 중 이산가족 학생 교사 등에 대해 관광경비를 보조하겠다는 내용에 이르면 정부가 혹시 북쪽에 ‘이 사업을 떠맡겠다’고 확약해 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이는 원래 작년에 현대 측이 정부에 요청했다는 내용인데, 정부가 그때 거부했던 것을 이번에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튼 이로써 작년 10월 별 소득 없이 끝났던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북측이 ‘현대 대신 남측 정부가 밀린 관광대가를 내라’고 요구했던 그대로 이뤄진 셈이 됐다. 정부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스스로 짊어진 이 ‘부담’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몇 개월 째 정체 상태인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우리의 자존심과 원칙을 내버리고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다 받아줘 가면서 남북대화가 복원된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겠는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모든 남북관계 현안은 이상론이 아니라 철저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전략전술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처사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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