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부실수사 '장관동생 비리'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37분


대전의 벤처기업 ‘다림비젼’ 사건은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대형 비리사건과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검찰의 재수사를 통해 의혹이 드러나고, 지역 고위 공무원들이 회사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주는 세무서 등 힘있는 기관에 로비를 했다. 다림비젼이 김영환(金榮煥) 과학기술부 장관이 경영하던 기업이며 이를 물려받은 동생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화상대담을 할 정도로 ‘유력 인사’여서 1차 수사가 유야무야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먼저 부실수사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 대전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대해 “고소인들이 제출한 증빙자료로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수사 며칠 만에 다림비젼이 가공매출을 통해 수십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처럼 꾸몄다가 적발되자 관할 세무서장에게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불법행위를 1차 수사 때 적발하지 못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벗을 수 없다.

다림비젼 소유주가 장관의 동생이고 지역 벤처기업을 대표해 대통령과 화상대담을 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김 대통령과의 화상대담은 지난해 1월 ‘새 천년 벤처인과의 만남’ 행사에서 이루어졌고 김 장관은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간사로서 현장에 있었다. 김 장관은 “동생의 회사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현직 장관의 동생이 소유한 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3만원까지 폭등할 정도였다고 하니 다림비젼이 고위층과의 인연을 활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림비젼 사건은 서울에 비해 사정기관의 관심과 감시가 소홀한 지방에서도 권력형 비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분명하게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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