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을 때도 풀뿌리와 손아귀 힘 호흡이 맞아야 말끔히 뽑혀요. 바랭이 달개비 비름 명아주를 뽑을 때 힘은 각각 다릅니다. 인간이 제 마음대로 하면 중간에서 끊어집니다.”
그렇다. 사람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 하나 있을까. 보탠 만큼 되가져 가는 것이 자연이요 세상의 조화인 것을. 산을 깎아내고 강을 더럽힌 결과가 오늘날 온 천지의 아우성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무명씨라는 뜻의 ‘언눔’을 아호로 쓰는 지은이가 ‘사람이 뭔데’라고 묻는 까닭이 이것이다. “인권에만 매달린 사람은 가짜요, 목권(木權) 옥권(屋權) 산권(山權) 강권(江權) 천지만물에 두루 성스러움과 존엄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받들고 대접하는 게 참사람”이라고 그는 되짚는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두 책에서 밭농사 짓고 나무 키우며 사는 소박한 삶을 잔잔한 음성으로 안겨주었던 저자는 ‘맨날 해봤자 그놈의 소리’라고 서문에서 밝히듯 이번 책에서도 예의 흙 바람 나무와 살면서 깨우친 지혜들을 차근차근 끌러놓는다. 여느때처럼 그의 이상은 천년 고목처럼 삼라만상에게 ‘더부살이’를 용인하는 ‘함께 사는’ 삶이요, 만물과 호흡하며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는 느림의 삶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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