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북한에서 귀순한 저자는 귀순 동기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세계일주를 위해서’라고 대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책은 그의 사는 이야기다. 그는 정작 귀순 이듬해 김신조사건 때문에 사회 전체가 반공 분위기로 얼어 붙는 바람에 발이 꽁꽁 묶였다. 한때는 북으로 다시 보내 달라고 악을 쓰기도 했다. 남한의 자본주의가 숨이 막힌다며 춘천 농가에서 머슴살이를 하다 인적 드문 강원도 정선군 골짜기에 정착한 그는 이제 버림과 비움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텔레비전에 나온 그의 모습에 반한 한 여인과 결혼도 했다. 세계일주라는 꿈은 버렸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은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그의 일생이 담긴 책이다.
허문명 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