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방지위, 권력부패 못다룬다면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50분


부패방지법이 발효되고 대통령 직속기구로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했으나 국민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가 비리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권력형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마당에 제대로 영(令)을 세워 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는 권력형 비리로 날이 새고 날이 저문다. 무슨 게이트가 터졌다 하면 그 중심에는 늘 권력 주변 인사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하는 부패방지위의 역할에 대해 국민이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정권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부패척결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부패 상황이 이미 도를 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막 출범한 부패방지위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우리나라의 부패 순위는 조사 대상 91개국 중 42위였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각종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어 올해는 순위가 더 뒤로 밀릴지 모른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사회지도층에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크고 작은 부조리를 먼저 잡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강철규(姜哲圭) 부패방지위원장의 취임사를 주목한다.

사회지도층 중에서도 특히 권력 주변의 비리 척결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어떤 부패 척결 의지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이 그처럼 부패 척결을 강조했으면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바로 권력 핵심 인사가 부패에 연루돼 있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절대로 아랫물도 맑아질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권의 눈치를 살피지 말아야 하고, 검찰 감사원 등 다른 사정기관과의 업무분장도 분명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추방에 부패방지위의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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