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군협조설' 철저 조사해야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5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주도한 보물발굴 사업을 위해 현역 장군이 해군참모총장을 찾아가 장비 및 병력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대통령 친인척이 국가기관을 마치 사유물처럼 이용하려 한 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방부 측에선 당시 국가정보원 국방보좌관으로 파견됐던 한모 소장이 “민원 해소 차원에서 해군총장을 만난 것”이라고 변호했지만 이씨가 대통령의 처조카가 아니었더라도 그처럼 적극적으로 나섰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수용(李秀勇) 당시 해군총장은 “국정원 관계자들을 만난 뒤 장비 및 병력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없으며 현장 답사나 대책회의도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측은 또 내사 결과 이씨를 지원했다는 어떤 자료도 발견되지 않았고 군장비는 긴급구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민지원을 못하게 돼 있으며, 해군 규정상 수온이 15도 이하일 때에는 해상훈련을 하지 않는데 당시 수온은 8도였다는 점 등을 들어 해군의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 해군 측이 이씨의 청탁을 끝까지 거부했다고 믿기 어렵다. 우선 2000년 1월 당시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군복을 입은 특수부대원들이 탐사작업을 벌였다는 최초 발굴업자 등의 증언과 엇갈리는 것으로서 명쾌한 해명이 못 된다.

이 밖에도 이씨는 해군총장이 지원 요청을 거절한 뒤에도 계룡대를 방문해 오승렬(吳承烈) 당시 정보작전참모부장을 만났고, 오 제독의 안내로 이 총장을 다시 만났다는 게 밝혀졌다. 당시 해군 수뇌부가 이런 집요한 요청에도 끝까지 원칙을 지켰는지 추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이씨의 로비 행각에 온갖 국가기관이 연루된 것이 밝혀지고 있으나 군조직은 이런 부정비리의 사슬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어야 한다. 군은 국민이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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