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여성을 사로잡으려면, 장인의 체취 닮아라"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여성을 사로잡으려면 장인이 될 분의 체취(體臭)를 닮아야 할지 모른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마사 맥클린톡, 캐롤 오버 박사 연구팀은 여성은 아버지와 유사한 냄새를 가진 남성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지네틱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과 유사한 면역 유전자를 선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라 불리는 유전자 집단은 인체 내에서 병원체와 건강한 세포를 구별하는 면역물질을 만들어낸다. 체취는 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남성 6명이 이틀 동안 입은 티셔츠들을 각기 다른 상자 속에 넣고 미혼여성 49명에게 선호하는 냄새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선호한 냄새는 MHC 유전자가 비슷한 남성의 것이었다. 또 이 남성의 MHC 유전자는 여성의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맥클린톡 박사는 “MHC 유전자는 아버지를 통해 유전된다”며 “아버지를 통해 검증된 면역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제까지의 정설을 뒤집는 것이다. 1995년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팀은 같은 실험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과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냄새를 선호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자손이 한층 다양한 면역유전자를 갖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됐다.

맥클린톡 박사는 “배우자의 유전자가 완전히 다른 경우에는 우수한 유전자가 자녀에게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유타대학의 포트 박사는 “실제로 결혼한 부부들의 MHC 유전자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을 보류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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