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수석,사퇴하고 조사받으라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28분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의 보물 발굴 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 수석비서관은 특검 소환에는 응하겠으나 ‘법률적 혐의’가 없으므로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하는데 법률적 혐의야 특검 조사에서 밝혀질 일이고 그가 앞세울 주장은 아니다.

이 수석비서관은 1999년 12월 이형택씨의 부탁을 받고 이씨를 당시 엄익준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결해주었다. 단순히 보물 관련 정보가 믿을 만한지 알아보라는 차원이었다는 변명이지만 과연 대통령 처조카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자신의 소관 업무에서 벗어나는 일에 나섰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대통령 처조카와 관련된 사항을 대통령비서실장-대통령의 공식 라인을 통해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직무 태만이다.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업자들과 함께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와 보물 발굴 사업계약을 체결한 것은 2001년 2월이고, 그때를 전후해 삼애인더스 주가가 폭등해 이용호씨는 154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 돈이 어디로 갔느냐가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 내용이다.

이 수석비서관은 99년 12월 이후의 일은 알지도 못하는 만큼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 삼애인더스 주가가 보물 발굴설과 관련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는 것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보물 발굴설 뒤에 대통령 처조카가 있다는 것 또한 그 자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주가 조작의 이상 징후를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하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대통령 처조카를 보아 모른 척 했다면 더 큰 잘못이다. 이 수석비서관이 사퇴해야 할 ‘혐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법률적 혐의가 있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우스운 짓이다. 다음주 초까지 개각을 한다지만 개각으로 이 수석비서관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개각과 이 수석 사퇴는 별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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