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이번 개각은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국민은 속는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갖고 어떤 개각이 될까 궁금해하고 있다. 비록 각종 게이트에 김 대통령 측근인 수석 비서관들이 연루되어 더 이상 개각을 하지 않고서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는 막다른 지경이기는 하지만, 김 대통령이 DJP 공조 붕괴 이후 외부의 간섭없이 자신의 의도대로 행하는 사실상 첫 번째이자 임기 마지막 개각일 것이기 때문이다.
▼'亡事인사' 만회 마지막 기회▼
김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최근 검찰총장 임명에서 보여 준 새로운 인사 스타일이 정착되어 마지막 1년을 슬기롭게 넘긴다면 그래도 지난 4년 간의 인사에서 보여 준 망사(亡事)가 다소나마 치유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소박한 민초들의 바람이다. 만약 이번 개각에서도 지연 학연에 얽매이거나 또는 검증되지 못한 인재를 등용해 편중 인사나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게 되면 남은 임기 1년도 엉망이 될 뿐만 아니라 그 후유증은 다음 정권에까지 이어져 국가적 불행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망사 아닌 만사(萬事)의 개각이 되기 위해서 최소한 다음 세 가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개각은 탈 정치형 내각이 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 사퇴시 초당적으로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더구나 금년은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 정권은 이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대의 임무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내각은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된 각료들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혹시라도 선거관리에 소위 김심이 작용한다면 이는 큰 문제이므로 탈정치형 성격을 갖는 내각이 필요하다.
둘째, 내각이 탈정치형이 되기 위해 김 대통령 자신이 솔선수범해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탈당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구나 원활한 국정 수행과 산적한 민생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협조는 절대적이기 때문에 탈당을 통해 초당적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현직 각료 중 당적이 있는 인사는 소속 정당을 탈당해 남은 임기를 김 대통령과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도덕적으로 검증된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각종 게이트로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인 수석비서관들이 이렇게 일시에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적이 있는가. 심지어 ‘청와대 게이트’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각종 게이트는 지연 학연 등으로 똘똘 뭉쳐 상호 견제되지 않은 인사 시스템이 가장 큰 요인이다. 대통령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함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에 준하는 검증 시스템을 동원해 도덕성을 지닌 인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각종 게이트에 지쳐있는 국민에게 능력과 개혁의지보다는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시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인물 철저히 검증해 등용을▼
이번 개각에는 청와대 비서진도 개편될 예정이라고 한다. 장관들이 국정을 소신 있게 운영하기 위해 각료들에게 전권을 주고, 청와대 비서진은 임무를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역할에 한정시켜야 한다. 무력해진 청와대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에 문제 있던 인사를 재등용하는 오기는 버려야 한다. 과거 개각에서 이런 ‘오기 인사’가 있어 얼마나 호된 비판을 받았던가. 김 대통령은 오기에 의한 개각을 통해 정치게임을 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다. 이번 개각을 잘못하면 민심수습이 아니라 오히려 민심이탈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 취임 시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조각하는 심정으로 개각을 해야 된다. 오랜 민주화 투쟁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김 대통령이 더 이상 실패한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이는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이번 개각은 이를 위한 마지막 선택이다. ‘혹시나’ 기대했던 개각이 ‘역시나’ 개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영래 아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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