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윤종/CATV "예술은 없다"

  • 입력 2002년 1월 28일 18시 22분


케이블TV 채널인 ‘예술영화TV’는 2월부터 채널이름을 ‘무비플러스’로 바꾸고 영화정보채널로 성격을 바꾸기로 했다. 이로써 케이블TV에서 예술 채널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3월 출범하는 위성TV의 프로그램 공급사 중에도 예술 채널은 없다.

예술영화TV는 1995년 ‘A&C’(아트 앤드 컬처·예술문화)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한동안 클래식음악 무용 연극 미술 등의 예술장르를 방송해왔다. 그러나 시청률이 케이블TV 채널 중 바닥권을 면치 못하자 1999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뒤 영화를 함께 편성해왔다. 특히 저녁 프라임 타임대는 거의 영화로만 채워왔다.

케이블TV협회는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 공급사(PP)에 수신료를 배분하는 데다 시청률이 낮은 채널은 광고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채널 이름과 성격을 바꾼 것은 생존을 위한 고육책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 참여 예술 프로그램, 예술가 심층취재, 다큐멘터리 등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장사가 안 된다’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의 케이블TV 업계도 ‘3S’라고 해서 스포츠(Sports) 섹스(Sex) 스톡(Stock)이 아니면 장사가 잘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공영방송 PBS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방영,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민간 방송사업자들이 1991년 ‘아르테’라는 TV채널을 창설했다. 공연 전시 등 예술장르 외에 다큐멘터리도 제작 방송하는 이 채널은 유럽 대부분 지역에 위성과 케이블로 방송을 송출하며, 다른 나라의 공민영 채널에 의욕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파상공세에 맞서 유럽이 ‘문화대륙’의 위상을 지켜가는 것은 이 같은 노력 덕분이다. 순수 예술TV 채널 하나 유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문화현실이 안타깝다.

유윤종 문화부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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