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엔 ‘평화’ ‘생명의 빛’ ‘자유 세계’ 등 미발표작 40여점이 선보인다.
이항성은 70년대초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하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엔 덜 알려진 화가.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인 1947년 초중고 미술교과서를 펴냈고 1956년 최초의 미술월간지 ‘신미술’을 발간했으며 1962년엔 ‘서양미술사’ ‘세계미술전집’을 출간해 한국미술 교육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한국적 정서와 서양의 추상미학, 구상과 비구상을 아우르며 독창적 미술세계 구축했다. 우선 기법이 독특하다.
캔버스에 색을 칠한 뒤 한지를 찢어 덧붙이고 거기에 먹과 유채를 과감히 칠한다. 캔버스와 한지와 질감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거기에 수묵의 번짐이 겹쳐짐으로써 색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그의 그림 속에선 늘 어떤 형상이 꿈틀거린다. 비상하려는 새나 바람에 흩나리는 화초 같기도 하도 일종의 상형문자같기도 하다. 구체적인 듯 하지만 추상적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추상적 형상은 전통 민화같은 토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늘을 떠도는 추상이 아니라 땅에 발 디딘 민초들의 숨소리 같은 추상이다. 그 형상들은 한가운데로 집중하는가 하면 밖으로 뛰쳐나가려 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서 힘이 넘친다. 그 주체할 수 없는 힘은 인류 평화와 민족 통일을 향한 작가의 열망이다. 02-720-1020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