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己 長 人 短(기장인단)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13분


己 長 人 短(기장인단)

咬-씹을 교 貧-가난한 빈 諦-살필 체 範-법 범 猜-셈낼 시 聘-부를 빙

전에 ‘咬菜根’(교채근·야채뿌리를 씹음)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宋의 儒學者(유학자) 汪革(왕혁·字 信民)의 ‘咬得菜根, 百事可做’(교득채근, 백사가주·채소뿌리를 씹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에서 나온 말로 淸廉(청렴)하게 처신하면 두려울 게 없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뒤 이 말은 名言이 되어 ‘咬菜根’(채소 뿌리를 씹음)이라면 ‘淸貧한 생활’을 뜻하게 되었다.

그 ‘菜根’(채소 뿌리)을 책이름으로 사용한 예가 있다. 바로 菜根譚(채근담)이 그것으로 중국 明나라 말기 때의 학자 洪自誠(홍자성·본명 應明·神宗 때의 인물)의 저술이다. 語錄體(어록체·말하듯 쉬운 口語로 기록한 문체)의 문장을 사용하여 天理(천리)와 人情(인정)을 바탕으로 삼고 여기에다 德行(덕행)을 중시하고 名利(명리)를 가볍게 여겼으며 文雅風流(문아풍류)를 즐기면서 處世(처세)의 要諦(요체)를 說破(설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必讀書(필독서)가 되어 修養(수양)의 典範(전범)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에 보면 다음과 같은 警句(경구)가 보인다.

毋以己之長, 而形人之短(무이기지장, 이형인지단)-나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들추지 말 것이며,

毋因己之拙, 而忌人之能(무인기지졸, 이기인지능)-나의 옹졸함 때문에 남의 유능함을 猜忌(시기)하지 말라.

여기서 나온 말이 己長人短, 己拙人能(기졸인능)이다. 고문에서 ‘人’은 ‘사람’, ‘남’을, 己는 ‘자기 자신’을 뜻한다.

孟子와는 달리 荀子(순자)는 性惡說(성악설)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존재이므로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하여 수양하면 선한 品性(품성)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아 누구보다도 ‘敎育’을 강조하였다. 荀子 속에 勸學篇(권학편)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인간의 악한 品性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활과 간사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자신의 단점은 집요하게 가리면서도 남의 잘못은 한없이 들추기를 즐겨하며 행여 나보다 나은 점을 지니고 있으면 눈뜨고 보지 못한다. 옛날 秦始皇(진시황)이 韓非子(한비자)의 저술을 읽고 무릎을 치면서 감탄한 나머지 招聘(초빙)코자 했지만 그의 才能에 질투심을 느낀 동창생 李斯(이사)의 저지로 결국 그가 死藥(사약)을 받고 죽어야 했던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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