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GE-IBM도 ‘고무줄 회계’ 의혹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03분


《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9·11 테러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엔론 사태야말로 미국사회의 더 큰 전환점이 될 거라고 예언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었다. 세계를 향해 투명한 경영과 회계, 금융 혁신을 요구해 온 미국이 엔론 사태로 자성과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그 내용을 5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회계장부는 경제의 근간. 이를 토대로 신용이 매겨지고 주식이 투자된다. 엔론이 미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량기업으로 평가되던 엔론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숨겨왔다면 다른 기업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신뢰의 위기’를 낳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는 ‘고백성사’가 한창이다. 29일 애너다코 석유회사는 장부에서 10억달러의 오차를 발견했다고, 금융회사인 PNC는 지난해 장부를 뜯어고치고 있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상당수 기업들은 장부를 재검토하며 발표를 미루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장부만 봐서는 신뢰성을 판단하기 힘든 기업 4000여개에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회계불신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한 29일을 ‘미 비즈니스의 분수령’이라고 규정했다.

회계 불신은 코카콜라나 GE, IBM과 같은 대표적인 블루칩 대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타임 최신호(2월 4일자)는 다음과 같이 때론 변칙적으로, 때론 합법적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기업의 회계수법을 3가지로 정리했다.

▽매출가공계상〓던럽사처럼 가격을 대폭 인하한 뒤 예상되는 판매수입의 증가분을 실제 매출로 계상하는 수법. 이달 초 미 증권감독위원회(SEC)로부터 경고를 받은 제록스사처럼 리스계약에 따라 빌려준 복사기들의 가격을 모두 판매수입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장기계약으로 판매한 것을 즉각 수입에 반영하는 정보통신회사들도 적지 않다.

▽순익관리〓연 매출 360억달러의 타이코사는 수백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비용을 실제보다 과다 계상한 뒤 여기서 남은 돈을 분기별 순익에 보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항상 일정한 순익을 기록, 놀랄 만큼 안정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GE는 지난해 전체 주식시세가 13% 떨어졌는데 자사의 연금 투자수익으로 17억달러를 벌었다고 밝혀 의혹을 사고 있다. 과거에 수익을 축소 계상했다가 경기가 안 좋을 때 반영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 IBM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부채 은닉〓많은 기업이 엔론처럼 파트너십 형태의 자회사에 부채를 이전함으로써 합법적으로 부채를 감출 수 있다. 이런 자회사는 외부 지분이 최소 3%만 넘으면 모기업의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된다.

코카콜라의 경우는 자사의 원료를 받는 탄산음료 제조업체에 비용을 전가, 장부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아메리칸항공처럼 항공기 리스료로 수십억달러를 갚아야 하지만 장부에는 부채로 잡지 않는 수법도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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