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0일 ‘성장률-실업률 동반하락’이란 수수께끼 같은 상황은 취업을 포기한 ‘실망(失望)실업자’가 늘고 구조조정 미진, 비정규직 증가 등 때문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취업을 포기했다〓한은에 따르면 가정주부 학생 노인 등 비(非)경제활동인구가 2000년 3·4분기 1400만명에서 1년여동안 20만명 이상 늘어났다. 같은 시기에 한은이 조사한 고용사전전망 지수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은 “앞으로 고용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경제통계국 이긍희(李兢熙) 과장은 “활동중단이 20대와 6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직장을 다니던 여성이 실직한 뒤 결혼 등으로 취업을 포기하거나 ‘당분간 쉬겠다’며 재취업 시기를 늦추는 실직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업이 감춰지고 있다〓한은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주당 근무시간이 36시간에 못 미치는 경우가 90년대 이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전산분야 초과근무 시간이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즉 기업들이 해고보다는 근로시간단축이나 파트타임 근무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불황에 대응한 것.
한은은 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퇴출되지 않기 때문에 대량실업이 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3·4분기까지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보다 5%포인트가량 늘어난 36%나 됐는데도 부도기업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의 특징은 정보기술(IT)분야의 수출 및 투자감소가 중요한 요인. 그러나 IT분야는 노동력 의존도가 낮아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투자가 10억원 줄어들면 서비스업은 33.2명이 해고되지만 반도체는 4.9명이 해고될 뿐이다(한은 분석).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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