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지난 1998년 여름을 함께 보냈다. Magic 을 존경하던 어린 선수는 Magic 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졌다. 주요 골자는 '내가 보다 나은 선수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합니까?' 였고, Magic 은 상세한 대답으로 그 어린 선수에게 도움을 주었다. Magic Johnson 왈, '당시 그는 단지 점프 슈터에 불과했다. 골밑을 파고들거나 포스트업을 잘 하지 않았다.'. 더불어 Magic 은 그에게 '보다 강인해져야 하며, 파울을 얻어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80년대 당시 그 선수는 양 팀을 매우 아끼는 팬들 가운데 흔히 가질 수 있는 감정, 상대팀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동시에 그는 셀틱스의 화려한 멤버들을 매우 좋아했었다고 전해진다. 단지 셀틱스가 레이커스를 이기지 않기만을 강렬히 원했을 뿐..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1995년 캘리포니아주의 MR.Basketball 이었던 이 선수가 현재 그가 그렇게 아끼던 레이커스와, 다소 과장된 표현을 빌자면 마치 '물과 기름' 과 같은 관계를 유지했던 보스턴 셀틱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선수가 과연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을 하겠다. 01-02시즌 NBA 올스타, 그리고 이제는 완연히 슈퍼 스타 대열에 올라서버린, 보스턴 셀틱스의 등번호 34번, Paul Pierce 라고 말이다.
사실 Pierce 는 셀틱스의 유니폼을 입지 않을 예정이었다. 다소 어감이 이상할지 모르나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가 셀틱스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는 셀틱스가 1998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0번째 지명권으로 그를 선택했기 때문인데, 이는 당시 기준에선 '말도 안 되는'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1995년 맥도널드 아메리칸 게임에서 28득점을 퍼부으며, 당시 이 대회 득점 기록을 갖고 있었던 Michael Jordan 이라는 이름 바로 아래 자신의 이름을 올렸던 Paul Pierce 는 캔자스 제이혹스에서 매우 성공적인 3시즌을 보내게 된다. 그는 1학년 때, 평균 11.9득점, 5.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콜로라도 대학의 Chauncy Billups 와 함께 빅 이스트 컨퍼런스 올해의 1학년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다. 이후 Pierce 는 매년 자신의 기록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그가 3년동안 캔자스에서 기록한 1,768 득점은 농구 명가로 유명한 팀 역사상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1위는 누구일까? Danny Manning 이 정답.) 그는 3학년 때, 평균 20.4 득점, 6.7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All-American First Team 에 선정된다.
동시에 팀 성적 역시 눈부셨다. Pierce 가 활약했던 3번의 시즌동안 캔자스는 빅 이스트 컨퍼런스에서 단 한 번도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었고, 두 번의 컨퍼런스 토너먼트 챔피언을 차지하게 된다.(물론, 당시 캔자스의 로스터는 너무나 화려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기간동안 팀이 단 한 번도 파이널 포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 특히 1997년 5월 5일, 4학년 진학 예정이었던 당시 리그 탑 플레이어, Raef LaFrentz 와 함께 'I'm staying' 을 외친 후 팀 우승을 다짐하며 의욕적으로 3학년 시즌에 임했다. 그러나, 그는 97-98 시즌동안 개인적 영예만 마음껏 누렸을 뿐,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2라운드에서 탈락한 것. 결국 Pierce 는 정규 졸업을 포기하고 NBA 드래프트 신청서를 리그 사무국에 제출하게 된다.
당시 Pierce 는 98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어도 할 말이 없는, 그런 레벨의 선수였다. 심지어 그가 UNC 의 Vince Carter 보다 낮은 순위로 지명될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회상한다. 그러나, Pierce 는 전체 10순위까지 밀려나게 되는데 그 사연이 참 기막히다.
Michael Oloworkandi 의 갑작스런 주가 상승, 팀메이트였던 Raef LaFrentz 와 Mike Bibby, Antawn Jamison 과 Vince Carter.. 등등 완전한 이해는 힘들지만, 여기까지는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 7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새크라멘토 킹스가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포인트 가드를 지명하기 위해 Pierce 를 포기하는 사태는 다소 놀라웠다. 킹스의 선택은 바로 플로리다 출신의 Jason Williams. 다음 지명권을 갖고 있었던 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만큼은 Pierce 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식서스는 Allen Iverson 을 2번 포지션으로 전환시켜줄 수 있는 장신 PG 를 원했고 그 선택은 바로 세인트 루이스 출신의 Larry Hughes 였다.
이제 밀워키 벅스가 9번째 지명권을 두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벅스의 1998년 드래프트는 빅 맨을 잡기 위한 드래프트였고, 사실 이 팀엔 Pierce 가 뛸 자리가 없었던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결국 벅스는 독일 출신의 Dirk Nowitzki 를 선택해 달라스 매버릭스로 트레이드 시켜 버린다.
이제는 보스턴 셀틱스의 차례이다. 바로 전 시즌, 켄터키를 떠나 셀틱스의 지휘봉을 잡은 명장 Rick Pitino 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선택의 여지란 있을 수 없었다. 캔자스 출신의 Paul Pierce 는 그렇게 셀틱스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드래프트가 있기 전, Pitino 는 Pierce 를 잡기 위해 전체 1순위 지명권 획득을 위한 여러 가지 작업들을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로 그친 바 있었고, Pitino 는 Pierce 를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드래프트에 임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Pierce 는 Pitino 의 손이 닿는 그 곳까지 도달해버린 것이다. Pitino 는 당시 인터뷰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던 간에, 우리는 Pierce 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못했다.' 라고 얘기했다. 또한, Pitino 는 킹스의 선택에 관해 이렇게 얘기했다. 'Jason Williams 덕분이다. 킹스는 포인트 가드를 필요로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는(킹스의 선택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Paul Pierce 의 당시 상황에 대한 멘트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초반 5개픽이 나를 지나쳤고, 나는 '괜찮아. 괜찮아. 자 이제 다음 차례다. 내가 이 곳에서 뛰게 될거야' 라는 말들을 연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스턴 셀틱스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걸 듣고 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셀틱스가 빅 맨을 잡길 원하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Pierce 가 당시 느꼈을 초조함을 그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Pierce 는 이런 다짐을 했다. '다음 시즌이 개막하면, 난 나를 지나쳤던 팀들에게 그들이 날 지명했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 라고..
프로에서의 Pierce 는 그의 다짐대로 매우 위협적이었고, 성공적인 나날들을 보냈다. 단축 시즌이었던 98-99 시즌, 그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올해의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시즌 중반의 오른쪽 발목 부상과 Vince Carter 의 후반기 러쉬에 밀리며 그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대신 만장일치로 'All-Rookie First Team' 에 선정되며 그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99-00 시즌이 시작하기 전, Pierce 는 술집에서 괴한에게 목을 포함, 무려 11군데나 칼로 찔리는 칼부림의 희생자가 되면서 선수 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성공적인 수술과 함께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시즌 개막전에 출전하는 놀라운(?) 뉴스를 만들어냈던 바 있다. 당시 피투성이가 된 자기 몸을 이끌고 직접 병원으로 향했다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Pierce 는 이후 리그의 탑 포워드 중 하나라는 명성을 이어왔다. 풀업 점퍼와 3점슛에 능하고, 강인한 파워를 바탕으로 포스트업 공격에서도 잇점을 보이는 Pierce 는 그야말로 리그 최고의 스코어러 중 하나였다. 여기에 그는 평균 이상급의 수비수이고, Magic Johnson 이 건낸 충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리그에서 가장 자유투를 많이 얻어내는 선수 중 하나이다. 00-01 시즌, 개인 능력 자체는 출중한 Pierce 였지만, 지난 3년간 그가 극복해내지 못했던 한계가 하나 있었다. 그 것은 바로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라는 점.
그러나, 이는 Pierce 가 지난 3월, 무려 네 번의 40+ 득점 쇼를 벌이며 'Player of the month' 에 선정되면서 Pierce 에 대한 시각은 다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Pierce 의 대활약은 셀틱스가 마지막까지 동부 컨퍼런스 8번 시드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올해의 Paul Pierce 는 그야말로 리그 슈퍼 스타 대열에 포함되기 충분한 레벨에 도달해버렸다. 너무나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평균 26.9득점을 기록 중인 Pierce 는 Allen Iverson 에 이어 득점 랭킹 2위에 그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여기에 경기 당 7.1 개의 리바운드와 3.3 개의 어시스트는 그가 득점 외 부문에서도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올시즌 Pierce 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Antoine Walker 와 함께 팀을 26승 17패로 이끌며, 애틀란틱 디비전 전체 2위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올시즌의 셀틱스는 강력한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팀으로 변모했다는 것이고, Paul Pierce 의 성장이 셀틱스의 부흥에 큰 밑거름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Pierce 와 Walker 가 보여주는 내외곽 득점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두 선수 모두 포스트업, 페이스업, 풀업 점퍼 등에 능한 전방위 스코어러들이다. 여기에 Walker 가 외곽에서 팀의 셋 오펜스를 이끌 때면, Pierce 의 포스트업 게임은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특히 Pierce 가 보여주고 있는 가공할만한 득점력 덕분에 Walker 는 득점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재능들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잡게 되었다. 여기에 Kenny Anderson 의 부활과 Joe Johnson, Erick Strickland, Tony Battie 등과 같은 좋은 롤 플레이어들의 공헌은 이 팀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레벨로 인도하고 있다.
바로 오늘, NBA 올스타전에 참가할 각 팀의 벤치 멤버들 선정 발표가 있었는데, Paul Pierce 는 당당히 동부 포워드로서 그 자리에 올랐다. 생애 최초로 NBA 올스타에 선정된 것. Pierce 는 동부 포워드 주전으로 선정된 그의 단짝, Antoine Walker 와 함께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두 배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올해의 Paul Pierce 는 Magic Johnson 의 바램대로 NBA 최정상급 스윙맨으로 부각되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현재의 팀 성적을 유지하여 94-95 시즌 이후, 처음으로 셀틱스에게 5월의 경기 스케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현재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인 샬럿 호네츠나 식서스, 히트 등등이 최근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동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양상에 있어서 큰 변수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셀틱스가 리바운드와 인사이드 수비 면에서 상대팀을 압도하기 힘든 전력이라는 점이 다소 불안하다. 또한, 셀틱스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암흑같은 서부 원정 7연전을 떠나야만 한다. 아마도 이 서부 원정 7연전에서의 승률 관리가 셀틱스의 올시즌 성패를 좌우할 가장 큰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Pierce 가 전반기에서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꾸준히 유지해줄 수 있다면 셀틱스는 후반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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