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슷하다. 연초 서울에서 분양된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공개청약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성황을 이뤘다. 청약을 위해 며칠 전부터 모델하우스 앞에서 밤샘 줄서기를 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실계약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약자들이 당첨된 아파트의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미분양 물량이 있는데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만 국한한 얘기는 아니다. 기존 아파트도 같은 단지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분양된 아파트인데도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가격차가 생기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택 200만가구 건설 사업이 끝난 90년대 중반 이후 주택의 절대량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변화다. 집 부족 문제가 해결되자 주거의 쾌적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같은 단지라도 전망, 소음, 주차장과 거리, 입지 여건 등이 집값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되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다면 이런 요인들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 가운데는 여전히 남들이 좋다면 무조건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양사업 담당자나 도우미는 어떻게든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다. 떴다방도 거래가 이뤄져야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곤란하다.
시장이 정교해진 만큼 투자이익을 원한다면 투자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황재성 경제부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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