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주희정 슬픔 뒤로한채 팀 훈련 복귀

  • 입력 2002년 1월 31일 17시 53분


“할머니를 제 가슴에 묻고 왔습니다. 이제는 팀을 위해 제 할 일을 해야죠.”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리딩 가드 주희정(26·사진)이 지난달 31일 할머니(김한옥·69) 상을 치르고 팀에 복귀했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26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올스타전 출전도 포기한 채 부산으로 달려갔던 주희정은 삼우제까지 치르고 난 뒤 팀훈련에 합류한 것.

주희정에게 할머니는 부모 이상의 존재였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고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정신적 지주역할을 했던 분이 바로 할머니였다. 고려대를 중퇴한 채 일찌감치 프로에 뛰어든 것도 온갖 고생을 다하며 자신을 뒷바라지하다 건강을 해친 할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

그런 할머니가 1년 전 간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시작하자 주희정의 관심은 온통 할머니의 건강에 쏠렸고 올스타전 출전만 아니었으면 지난달 24일 SBS전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자를 만날 수 있는 며칠을 더 버티지 못한 채 할머니는 세상을 등졌고 주희정은 임종도 못했다. 올스타전을 마치고 빈소를 찾은 팀 동료들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희정은 슬픔을 오래 간직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8연패를 달리던 팀이 최근 2연승으로 조금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승수(17승)보다 패수(20패)가 많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지난 시즌 챔피언팀의 위용을 완전히 잃은 팀의 이 같은 부진에 자신도 원인제공자 중 1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희정은 최근 이를 악물었고 다행이 팀은 하락세를 멈춘 채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9.9점, 6.9어시스트에 그쳤던 주희정이 최근 2경기에서 평균 22점과 9.5어시스트로 펄펄 난 것도 각오를 새롭게 한 덕분이었다.

“할머니의 유언대로 화장을 했다”는 주희정은 “이제 할머니가 하늘에서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안하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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