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패한 과학기술 인력정책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15분


과학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해 우리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고급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며 향후 수급 전망도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마련된 한 간담회에서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적 측면에서 후발개발도상국에 밀리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다고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 인력 부족은 97년 경제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고용불안이 확산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공계 전문 인력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리로 내몰리면서 이공계 대학 지원자들이 격감했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대학 수능시험에서 자연계와 인문계 지원자가 대등한 숫자였으나 올 대학입시의 경우 자연계 지원자가 인문계의 절반에 불과했다. 인력부족 현상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70, 80년대 수준 높은 과학기술 인력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우리가 정반대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가장 큰 책임은 인력수급정책에 실패한 정부 당국에 있다. 정부는 인력 수요를 내다보고 그에 맞춰 수급계획을 짜야 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벌써 몇 년 전부터 나타난 일인데도 정부는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수능시험에서 자연계 지원자가 인문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아무런 보완대책을 세우지 않고 방치해온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1세기 국력은 과학기술의 힘에 달려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이공계 학문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장학금 지급 등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우수 인력을 과학기술 분야로 끌어들여야 한다. 나아가 국가적으로 과학기술 인력을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대학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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