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서원, '나쁜 남자'로 신고식 …'좋은 배우' 될래요

  • 입력 2002년 2월 1일 17시 16분


‘나쁜 남자’에게 ‘찍힌’ 여자. 신인배우 서원(23)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에서 꿈 많은 여대생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창녀로 운명이 바뀌는 여주인공 ‘선화’로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덕분에 이젠 어딜 가도 “와, 서원이다” 하는 소릴 듣게 됐지만, 신고식치고는 참 혹독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진 아무도 저한테 관심을 안 가졌는데, 참 얼떨떨해요. 제가 이 영화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말렸거든요.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선화’는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운명의 장난에 휩쓸려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여자의 혼돈과 비애를 표현해야 했고 노출신과 누드연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니 어떤 여배우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즉시 대답을 못하고 이틀인가 지나 감독님께 하겠다고 전화 드렸어요. 위험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너무 독특해서 매력적인 역할이었어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이래서 싫고,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따지면 세상에 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서원은 영화 속 선화보다 훨씬 당찬 인상이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연기자로서 ‘좋은 경험’이었고 필요한 역할이었다는 자평을 내놓는다.

“힘든 건 노출연기가 아니었어요. 선화의 고통과 아픔,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려다 보니 말도 적어지고 밤에도 자꾸 가위에 눌려 부모님께서 걱정 많이 하셨어요.”

시사회 때 영화 보고 펑펑 울던 서원의 어머니는 이제 연기자가 된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한다.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우주탐험가를 꿈꾸고 피아노에도 남다른 재주를 보여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야 배우를 자신이 가야 할 길로 정하고 한발을 내디뎠다.

“학교(서울예대 방송연예과) 다니면서 노는 것만 배운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선배들과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영화를 같이 했던 조재현 선배, 최근에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본 최민수 선배처럼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는 그녀는 밀려드는 영화, 드라마 출연섭외에 목하 고민중이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며 나이답지 않게 진지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조재현 선배가 그랬어요. 인기는 잠깐이지만 연기는 오랫동안 갈고닦아야 빛이 나는 거라고요. 지금은 제가 잘했다기보다 감독님과 조재현 선배 덕분에 덩달아 저까지 빛을 보고 있는 거죠. ‘신인치고 잘한다’는 지금의 평가에 만족하지 않아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벌써 들뜨면 안 되잖아요.”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매력은 상큼한 미소와 멋진 몸매 이상일 거라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신을진·주간동아기자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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