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서로 많은 논쟁을 한다. 단편적인 사실은 실험을 통해 누가 옳고 그른지를 비교적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논쟁이 여러 주제에 걸쳐 있고 견해 차이가 ‘그 분야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더 이상 누가 절대적으로 옳은가가 논쟁의 핵심은 아니다.
우리가 눈을 가지게 된 것은 그것을 통해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피가 빨간 것은 그것이 특별히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산소운반 능력을 가지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고, 그 능력을 갖춘 피가 마침 빨간 색을 띄게 된 것뿐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눈과 같이 적응(adaptation)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과 피의 빨간색과 같이 부산물(byproduct)로 이해될 수 있는 것 중 어느 것이 진화의 역사에서 더 중요했는가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가령, 그들은 인간이 언어능력이 의사소통을 위한 적응의 산물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두뇌능력 발달의 부산물인가에 대해 의견차이를 보인다.
이 책은 ‘적응/부산물’ 논쟁 등 진화생물학의 여러 주요논쟁들을 간명하게 소개하고 그 의의를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생명의 역사와 진화의 논리에 대해 옥스퍼드 대학의 동물학자인 도킨스와 하버드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굴드가 지난 수십년 동안 벌여온 치열한 논쟁을 다양한 수준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두 학자 모두가 현대진화론의 탁월한 대변자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러한 논쟁들에서 진화론이 생명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론인가는 결코 논쟁거리가 아니다. 논쟁의 핵심은 진화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할 것인가에 있다. 가령, 도킨스는 서로 경쟁하는 이기적 유전자들만으로도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반대자들은 유전자의 관점으로 모든 종류의 이타적 행동이 다 설명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과학자가 논쟁을 통해서 얻는 이득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생명현상의 모든 특징을 적응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인 르원틴과 굴드의 논문은, 그 반대파 진화생물학자들로 하여금 적응가설을 보다 엄밀하게 테스트하려고 노력하게끔 했다. 그런데 논쟁이 항상 이렇게 가시적 이득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령 과학이 자연에 대해 객관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도킨스의 견해와, 과학은 자연을 연구하는 여러 객관적 방법 중 하나라는 굴드의 견해를 화해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듯이 보인다.
진화생물학이나 현대과학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상욱(한양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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