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전희천/기업의 미래,브랜드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2월 1일 18시 11분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긴다.”

요즘 방영 중인 TV 인기드라마 ‘상도’에서 한 장사꾼이 던진 말이다.

주인공 임상옥은 역설처럼 들리는 이 같은 상인 정신으로 남다른 거상(巨商)이 된다. 그가 말하는 ‘사람’의 함의(含意)는 헤아려보건대 인격과 신용이다.

그의 언어는 새삼스레 우리의 가슴을 헤집고 들어와 깊은 감동으로 울린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이리 덤벙 저리 덤벙하다 사라져간 수많은 기업들, 그 안타까운 잔해(殘骸)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리라.

장사의 목적은 말할 것 없이 이윤창출이다. 그러나 시장을 단순히 상품 유통관계로만 보면 작은 장사꾼이요, 시장을 사람과의 진실한 거래관계로 보면 큰 장사꾼일 터이다. 임상옥은 그런 점에서 이윤의 선순환적 증폭 원리를 꿰뚫어 본 경영자임에 틀림없다.

그가 만약 지금 경영활동을 한다면 아마 ‘장사는 브랜드를 남긴다’라고 말할 법하다. 그리고 훌륭한 브랜드 전략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브랜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현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핵심적인 화두이다. 잘난 브랜드 하나가 기업을 살찌우고 기업의 미래를 보장한다. 경영자가 바뀌고 심지어는 기업이 쓰러져도 브랜드는 살아 남는다. 브랜드 영생(永生)이라 할 만하다.

수요와 공급 원칙만이 지배하는 시장에선 가격이 우두머리였다. 기술과 원자재가 불균형인 시장에서는 품질이 경쟁력의 고삐를 쥔다. 요즘은 브랜드가 새로운 월계관을 썼다. 그것은 인간지향적 경제로의 전환, 소비자 욕구의 다원화, 가치 지향의 패러다임과 더불어 오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의 응결이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사면서 문화를 얻는다.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브랜드를 구매한다. 가치 있는 브랜드에는 그것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문화가 들어있다. 그들의 의식 행태 관계 가치관이 녹아있다. 사람들은 브랜드에서 자기 동질성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면 소비자문화를 탐구한다. 거기에서 읽어낸 뉘앙스, 거기에서 길어낸 샘물로 상품의 생명력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가치동일체(Identified Value)로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 만남의 깊이로 브랜드 파워가 증대되고 그 만남의 넓이로 브랜드 커뮤니티가 확장된다.

브랜드는 사람이다. 사람이 문화인격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는 문화생명체(Brand Personality)이다. 브랜드는 소비자 속에 어우러져 자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기업이 파워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마케팅 비용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 만들기처럼 브랜드 만들기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를 어른으로 키우는 상식대로 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먼저 수많은 제품 가운데 될 성싶은 것을 선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선별하면 온갖 정성을 들여 집중 육성해야 한다.

다음은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을 펼쳐야 한다.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커뮤니케이션의 컨셉트를 바꾸면 안 된다. 한국기업들은 이 점에서 너무나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브랜드만들기 작업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일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현상을 볼 줄 아는 창의적인 눈을 갖고 있다.

장사꾼 임상옥, 어쩌면 그 자신이 하나의 ‘꽤 괜찮은 브랜드’일지도 모른다.

전희천 오리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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