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라는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한미간의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고 판단해 이달 2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1일 미국 측에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간접적인 우려를 표명했고, 이에 미 국무부는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북한은 대(對)테러전쟁의 목표가 아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국 대사대리도 이날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북-미 대화를 조속히 재개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명환(柳明桓) 외교부 대테러대사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은 ‘대량살상무기’(WMD)라는 글로벌(global)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포함된 것”이라며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미국의 태도는 국가 대 국가의 개별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뜻이 있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한국도 북한의 WMD 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남북 대화가 더 진전되면 다뤄나가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고 “북한 문제를 남한 주도로 풀어가는 데 협력해달라”고 부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의 외교채널을 동원해 북한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뜻이 아니며, 미국은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두교서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공식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