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은 때로는 고함을 지르고 때로는 한주 한주를 모아 만든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경영진의 잘잘못을 따졌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주도해 1997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싸움을 사람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라고도 불렀다.
2002년 주총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참여연대가 ‘조용한 주총’ ‘시장참여자가 주도하는 소액주주운동’이라는 새 슬로건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올해 주총에서는 과거처럼 직접 주주제안을 하거나 회사측과 의결권 대결을 하지 않는 대신 소액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주주가 된 기관투자가들이 주총에서 기업 감시 의무를 잘 수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 4일 밝혔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소액주주운동의 포기가 아니라 그 주도권을 시장참여자의 몫으로 돌려 그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라면서 “한국에서 지배구조가 가장 뛰어난 기업이라고 외지가 선정한 한 회사의 경우 참여연대가 주총에 참가해야 하는지조차 고민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전쟁을 앞둔 장수들의 선전포고장 같이 비장하고 뜨겁던 주총 참여 일정 발표 기자회견도 이날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끝이 났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이제 그럴 때가 됐다”는 한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소액주주운동의 결과로 상당수 대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과 소액주주들의 권익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게 됐다. 따라서 참여연대가 과거처럼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거칠게 저지해야 할 이슈가 줄었다. 결국 최근의 변화는 양극단에 섰던 양측이 가운데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소란한 주총’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업들의 투명한 경영 및 주주이익 보호노력과 보다 성숙된 소액주주운동이 맞물려‘조용한주총’이이어지길 기대한다.
신석호기자 경제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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