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산책]심규선/‘유승준 소동’이해 못하겠어요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02분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일본에서 보면 한국의 징병제가 그렇다. 한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한창 젊은 나이에 2년 이상 군대생활을 해야 한다고 하면 놀라는 일본인이 많다.

그래서인지 일본 TV에는 가끔 한국 젊은이들의 신병훈련이나 전방근무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딘지 모르게 일본의 젊은이들보다는 패기가 있다는 부러움 같은 것이 깔려 있다. 사석에서는 일본 젊은이들도 몽땅 군대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서는 한수 앞서간다는 일본 방송계가 한국 방송에서 꼭 베껴오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은 군대생활의 애환을 그린 ‘우정의 무대’라는 말도 있다. 물론 일본인들은 면회온 어머니를 붙잡고 기뻐하는 졸병 아들과 그 아들을 보고 대견해서 눈물 흘리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베껴와도 소용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그런 일본에서 가수 유승준의 병역기피 의혹과 탤런트 원빈의 드라마 속 군대생활 이야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NHK 위성방송과 아사히신문도 ‘유승준 소동’을 다뤘다. 유승준을 ‘재판’하기보다는 한국인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다.

비록 극중이긴 하지만 그 반대가 원빈의 경우. 도쿄방송(TBS)은 4, 5일 밤 한국 청년과 일본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한일 합작드라마인 ‘프렌즈(friends)’를 4시간에 걸쳐 방영했다.

이 드라마에서 원빈은 해병대에 입대한다. 원빈의 아버지는 “병역은 한국 남자의 자랑스러운 의무”라고 강조한다. 원빈이 씩씩하게 훈련을 받는 모습도 자주 나와 일본인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일본인들은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병역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이라면 기피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대답이 조금 궁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일본인들이 김치와 불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좀 더 친근감을 갖게 됐듯이 군대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또 다른 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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