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되어서 낡을수록 값이 오르다니…. 아파트값이 무작정 오르는 현상을 골동품에 빗댄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통해온 말이다.
상품은 오래돼 낡고 손상되면 값어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한국의 아파트는 좀 다르다. 낡아도 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재건축을 하기 어려운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더욱 별난 것은 새 아파트와 낡은 아파트의 가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이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가가 꾸준히 오른 탓도 있다. 그러나 오래된 아파트가 한국에서만큼 대접받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여기에는 분양가 규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새로 나온 상품이 높은 값에 거래되려면 품질이 이전 것들보다 좋아야 한다. 그러면 이미 팔린 옛 상품은 시세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는 좋은 품질의 아파트 공급을 막았고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차가 벌어질 수 없도록 작용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98년 분양가가 자율화되면서 기존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아파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요즘 분양하고 있는 모델하우스에 한 번만 들러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가 자율화 직후 분양된 아파트가 한두 곳씩 입주를 하고 있다. 품질이 완전히 달라진 아파트를 이제 소비자들이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기 시작한 셈이다. 입주해 살아 보면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의 가치 차이를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시세에 반영된다.
2002년은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한 아파트는 아직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지 않았다.
따라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느끼지 못하는 수요자가 대부분이다.
새 아파트의 값어치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도 재테크 성공 비결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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