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게이트의 와중에 터져 나온 벤처기업의 또 다른 시련이어서 정보통신업계 종사자로서 씁쓸한 심정이다.
메디슨은 첨단 의료장비 개발이라는 벤처기업에 적합한 아이템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무리한 문어발식 투자와 확장, 부실한 경영관리 탓에 끝내 부도에 이르게 되었다.
이런 사례는 한국의 벤처기업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미국 워싱턴 정가를 긴장시키고 있는 엔론게이트를 보면 파산으로 치닫는 기업에는 과도한 욕심과 부도덕성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디슨과 엔론의 무리한 성장욕과 파산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오늘날 기업이 지켜야 할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기업은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 성장에도 원칙이 있으며, 빠르고 훌륭하게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이런 차이들이 모여 1등기업과 파산기업을 가르는 것이다.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려면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세계화 체제에 편입됐으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작은 시장이다.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시장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을 고려해야 하고 해외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도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기업을 하더라도 해외시장과 해외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관리법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이 준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회계관리와 인사관리이다. 필자는 해외자본의 유치를 원하는 몇몇 기업을 위해 컴팩 미국 본사 및 해외 투자회사를 소개해준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부분이 바로 회계관리와 인사관리였음을 경험했다.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한국사람들에게만 파는데 웬 글로벌 스탠더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기업 환경이 많이 변했다. 서비스 대상이 되는 고객에 맞춰 마케팅과 서비스는 철저히 현지화하되 돈 관리와 사람 관리는 투명하고 원칙이 있어야 한다. 서울에서도 한강을 사이에 두고 판매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품목이 있지만 회계와 인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성장의 노하우 측면에서 메디슨이 저지른 오류 가운데 하나가 원칙 없는 확장이다. 기업 성장의 수단으로써 인수합병(M&A)은 유용한 전략이다. 그러나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갖고 M&A를 추구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지, 막연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기업인수에 나서면 문어발식 확장으로 귀결되고 만다.
PC회사에서 출발한 컴팩컴퓨터는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토털 정보기술(IT)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래서 탠덤, 디지털, 넷월스 등 대형시스템 회사와 네트워크 회사 등과 M&A해 이제 토털 IT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도난 기업을 보면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참으로 안타깝다. 호황일 때는 전면에 나서던 CEO들이 직책에 걸맞은 권한과 의무를 끝까지 다하지 않고 책임을 등한시하는 것을 보면 전문경영인의 프로의식이 아쉽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CEO의 권한과 책임이 좀더 확실해져야 할 것이다.
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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