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만타니 타킬레 우로스섬의 주민 대표들은 2000여㎞ 떨어진 페루 수도 리마의 태양열 전문가를 찾아갔다. 요즘같은 우기에도 한낮에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세계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호수라는 티티카카의 특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한 가정에 집열판을 설치하는 데 5년 동안 해마다 525솔레스(약 21만원)를 내기로 했다. 태양열 전기를 사용한 이후 이곳의 쓰레기 량은 평균 28% 줄었다.
티티카카호의 주민들은 감자와 키누아라 부르는 국거리용 야채 등을 재배하고 이 호수에서 트루차(송어) 등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반농반어의 삶을 살고 있다. 티티카카호와 주변의 산들은 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삶을 가르쳐왔다. 이들에게 안데스산맥과 티티카카호는 둘이 아니라 바로 하나(山水一如)이다. 산과 물과 사람의 삶이 일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티티카카가 일년 내내 10℃ 미만의 에메랄드빛 차가운 수온을 유지하는 것은 워낙 고지인데다, 안데스가 더운 기운을 막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남반구의 한여름인 1월에도 밤이면 털로 만든 고깔모자를 쓰고 다닌다. 추운 날씨 때문에 쌀을 재배할 수도 없다. 티티카카 사람들이 사는 법은 흥미롭다.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용해 사는 방법을 이들은 나름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
타킬레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성업 중인 음식점 ‘산 산티아고’는 이곳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1주일씩 돌아가며 운영한다. 찬 수온 탓에 크기가 1m가 넘는 특산품 트루차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파는 이 음식점은 모든 음식 재료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 처리까지 운영자가 책임지고 수입도 모두 챙기는 방식이다. 쓰레기가 적으면 그만큼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쓰레기는 자기 집 마당에서 태워야한다.
지난달 마지막 주 운영을 맡은 페트로넬레 도밍고씨(33)는 “이번 주에는 손님들이 음식 쓰레기를 적게 남겨 두달 전 운영했을 때보다 돈을 더 벌었다”고 했다.
이 호수에서 나는 ‘토토라’라는 굵기 2㎝가량의 갈대는 우로스섬 주민들에게는 건축자재이면서 화장실 구실까지 한다. 토토라는 물 밑에서 자라올라 수면 위로 올라오면 꺾여 돗자리처럼 퍼진다. 이들은 그 토토라로 고기잡이용 배인 ‘발사’를 만들고 ‘초사’라는 집도 짓는다.
|
무엇보다 토토라는 무엇이든 빨아들인다. 때문에 이들에게 별도의 화장실은 없다. 육지에서 얻어 온 바스켓에 용변을 보고 토토라 속에 버리면 티티카카를 오염시키지 않고도 자연 분해된다.
칼라타씨는 기자에게 해발 4300m 아만타니섬의 정상에 있는 티티카카의 고대 유적을 보여줬다. 신성한 빛을 상징하는 ‘파차타타’, 농익은 대지를 나타내는 ‘파차마마’, 그리고 신성한 물인 ‘마마코차’ 등 티티카카의 3대 정령이 서려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유적에서 문득 고개를 드니 티티카카의 물결과 그 자체가 고봉준령인 주위 섬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티티카카(페루)〓이승헌기자 dd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